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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버지니아 울프3

아내의 큰소리 나의 큰소리 평생 죽은 듯 지내던 아내도 오기가 발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는 저 사람에게 막 대해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나에게 막 대하고도 남을 만한 일을 충분히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백 번은 생각해 놓고는 아내의 그런 반응을 눈치채는 순간 '이것 봐라?' 하고 이번에는 나의 진짜 오기를 발동하게 됩니다. 그럴 때 나는 큰소리를 냅니다. 말하자면 일이 어떻게 되든 일단 나의 오기를 발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내는 그만 입을 닫고 맙니다. 그리고 그게 또 나를 괴롭힙니다. '아, 내가 이러지 않겠다고 백 번을 다짐해놓고 또 이렇게 했구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는 "동정을 요구하며 사정없이 내리치는 메마른 아라비아의 신월도(新月刀) 같은 부친.. 2022. 11. 3.
"생명력의 흡수" 버지니아 울프가 『등대로』에서 쓴 '남편과 아내'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놀라웠습니다. 이런 걸 가지고 놀랍다고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찰스 탠슬리는 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형이상학자라고 찬양하고 있다며 그녀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그 이상의 것을 원했다. 그는 동정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가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영국에서 뿐 아니라 전세계가 그를 필요로 한다는 보장을 받고 싶은 것이다. 램지 부인은 편물 바늘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꼿꼿이 앉아 있다가 응접실과 주방을 단정하게 정돈하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마음대로 그곳에 드나들며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였다. 그녀는 웃으며 양말을 짰다. 그녀의 두 무릎 사이에 몸을 굳히고 서 있는 제임스는, 동정을 요구하며 사정없이 내리치는 메마른 아라비아.. 2018. 2. 13.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To The LightHouse》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등대로 To The LightHouse》 최호 옮김, 홍신문화사 1995 1. 제1부 창(窓) 아름답고 애정 어린 램지 부인이 등장합니다. 언젠가 뱅크스 씨는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얘기 내용은 어떤 기차에 관한 사실에 불과하였지만 깊은 감명을 받고서 "부인과 같은 사람을 빚어낸 점토(사람은 신이 진흙으로 빚어서 구워 냈다는 얘기가 있으니까)가 이 세상엔 아주 드물지요."라고 말했었다. 희랍 여신과 같은 미모, 푸른 눈, 곧은 콧날, 그런 얼굴로 저쪽에서 전화를 하고 있을 부인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그런 여인과 전화로 얘기한다는 사실이 퍽이나 기이하게 느껴졌었다. 미(美)의 여신들이 아스포델 백합이 피어난 초원에 모여 손을 맞잡으면 그런 얼굴이 될 것도 같.. 2018.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