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2 변명(辨明) 변명(辨明) # 1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입니다. 지붕으로 올라간 것은 호박 덩굴입니다. 호박꽃도 보였습니다. 누가 "더 멋있는 꽃을 심지 않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내가 나서서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려.. 2016. 9. 4. 정호승 「폭설」 폭 설 정호승 폭설이 내린 날 칼 한 자루를 들고 화엄사 대웅전으로 들어가 나를 찾는다 어릴 때 내가 만든 눈사람처럼 부처님이 졸다가 빙긋이 웃으신다 나는 결국 칼을 내려놓고 운다 칼이 썩을 때까지 칼의 뿌리까지 썩을 때까지 썩은 칼의 뿌리에 흰 눈이 덮일 때까지 엎드려 운다 출처 : 정호승, 『밥값』(창비, 2010), p.88(『현대문학』 2012년 4월호, 「텍스트에 포개 놓은 사진」에서) 그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얼마나 후련하겠습니까. 그 아름다운 분도 기특해하시고말고겠지요…… 울다가 가렴. 울지 않고 어떻게 갈 수 있겠니. 그래봤자 그 칼의 뿌리가 썩어 가서, 썩은 그 곳에 오늘 같은 폭설이 덮일 때까지인데, 잠깐일 텐데 그렇게 좀 울면서 너를 찾으렴. 그러셨을까요? 해마다의 이런 폭설을 겪.. 2012. 12.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