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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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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기다림 개울 아래쪽 인가의 보안등 불빛 하나, 그것뿐인 밤은 쓸쓸하다.이곳은 좁고 다른 세상은 아득하다. 잠이 깨면 블라인드 틈을 뚫고 들어온 그 보안등 빛이 비친 벽을 바라보고 반가움을 느낀다.새벽이 오기를 기다린다.눈을 감고 잘 못 살아온 것, 지금 살아가고 있는 생각을 좀 하다가 또 새벽을 기다린다.어렵게 새벽이 온다. 이제 그렇게 기다리지 않아도 곧 날이 밝고 이어서 해가 뜬다.경이롭다. 해 말고는 마땅히 바라볼 만한 것이 없는 시간이다.나무들도 다른 것들도 모두 해만 바라본다.종일 무슨 일을 마련할 수는 없다 해도 어김없이 해가 떴다는 사실은 경이롭다.생각지도 않은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다.그 고마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25. 2. 23.
겨울밤 벽시계 사륵사륵…… 사각사각…… 눈 내리나? ... 아니네? ... 좀벌레가 벽을 갉아먹고 있나? 아, 벽시계 소리! 갉아먹는 소리 같은, 눈 오는 소리 같은 갉아 먹히고 내려서 사라지는 나의 겨울밤 나의 시간 2023. 2. 17.
인간세상이 그리운 곳 반겨줄 사람 없는데도 인간세상이 그립습니다. 정겨운 사람과 마치 옛날처럼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없겠지요? 그런데도 그립습니다. 아파트에 들어앉아서도 그렇습니다. 창밖의 어디에선가 인기척이 들려오면 더 그렇습니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정겨운 대화일 것 같습니다. 나가면 누군가 만날 수 있을 듯해서 들어앉아 있는 것조차 괜찮다 싶습니다. '적막강산'인 곳도 있습니다. 밤이 되면 이름 모를 무엇이 울고, 밖으로 나서면 솔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뿐입니다. 불빛은 누가 사는지도 알 수 없는 단 한 집뿐입니다. 자다가 일어나 창문을 내다봐도 그 집 보안등뿐입니다. 내일 아침이 되어도 나는 출근하지 않습니다. 출근할 곳이 없습니다. 만날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습니다. 내일 아침이 되어도 여기 있어야.. 2021.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