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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박형서3

놀라운 박형서 소설 《바람이다》 박형서(소설) 《바람이다》《현대문학》 2025년 1월호      문제집 만드는 출판사 직원 성범수는,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난데없이 날아와 등을 건드리고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보다가 보행신호를 놓친다. 아내가 기다리는 그의 빌라까지는 5분 거리다. 마침 소를 몰고 가는 끝없는 시위대 행렬이 나타나 길을 헤매다가 결국 인왕산을 우회하는 버스를 타게 되고 뚝섬 인근에서 내려, 일단 번화가까지 간다고 탄 버스로 의왕까지 가고, 거기서 수원으로 가려고 탄 버스에서 너무나 피곤해 잠시 눈을 붙이며 옆자리 할머니에게 깨워달라고 부탁했지만 할머니는 너무 곤히 잠들어 깨우지 않았다고 해서 어둠 속 안성 국도에서 내려버렸고, 그곳 정류장 '개량 한복'의 말을 들었다가 한 시간 넘게 허비한 끝에 트럭 기사와 협상해 오송역으로.. 2025. 1. 31.
일본 영화 《플랜75》와 소설 《당신의 노후》 2022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된 일본 하야카와 감독 인터뷰 기사를 봤다(「"경제 좀먹는 노인" 총살..."이젠 현실 같다"는 섬뜩한 이 영화」 중앙일보 2022.10.12). 기사의 전반부는 이렇다. "고령층이 일본 경제를 좀먹고, 젊은 세대에게 커다란 부담감을 지우고 있다. 노인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 젊은 남성이 이 같은 주장을 남긴 뒤 노인들을 총기로 살해한다. 유사한 노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한다. 이른바 '플랜75' 정책으로, 국민이 죽음을 신청하면 정부가 존엄사 절차를 시행해 준다. 이 제도를 택하는 노인에게는 '위로금' 명목으로 10만 엔(약 98만 원)도 지.. 2024. 2. 21.
"파충류" 혹은 "틀딱충" 1 불치병을 앓는 젊은 여성이 '경로석(?)'에 앉아 있는데, 한 노인이 다가가 다짜고짜 그 여성의 뒷덜미를 쳤답니다. 그 얘기는 아내가 텔레비전에서 보고 해주었습니다. 구체적인 얘기였는데 지금 내겐 경로석(혹은 장애인석, 임산부석, 영유아 동반자석……)에 앉은 여성과 그 여성의 뒷덜미를 쳐버린 노인의 이미지만 남아 있습니다. 2 강 하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부터 서서히 고개를 돌려 상류의 빅벤에 이르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런던의 아름다운 관광명소들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두통과 피로는 계속되겠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겉으로는 아무리 쇠약해 보일지라도 과거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을 젊은이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다. 우리 같은 .. 2018.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