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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무제2

향기로운 구익부인 제(齊) 나라 구익부인(鉤翼夫人) 조(趙)씨는 아리땁고 가녀린 미인으로 청정함을 좋아했는데 6년 동안 앓아누운 뒤 오른쪽 손이 오그라들었고 음식도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 그때 망기술사(望氣術師)가 "동북에 귀인의 기운이 있다"고 해서 조정에서 수소문하여 그녀를 찾아냈다. 무제(武帝)가 그녀의 손을 펴보았더니 옥으로 만든 대구(帶鉤) 하나가 들어 있었고 오그라졌던 그 손이 저절로 펴졌다. 무제가 그녀를 총애하여 소제(昭帝)를 낳았지만 나중에는 권력 문제로 그녀를 살해하고 말았는데 입관한 시체가 차가워지지 않고 한 달 동안 향기가 났다. 마침내 소제가 즉위하여 다시 그녀를 매장하려 했지만 관 속에는 명주 신발만 남아 있었다. 신선 이야기 《열선전 列仙傳》에서 봤습니다(유향 지음, 김장환 옮김, 지식을만드는지.. 2024. 3. 17.
이름붙이기 이름붙이기 Ⅰ 어느 전철역에서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은 작은 전시회를 보고 핸드폰으로 찍어둔 사진입니다. 무제(無題)…… 이런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이 작품에 '무제'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해준 분의 따듯한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했고, 제가 담임했던 그 아이도 떠올렸습니다. 그도 이미 50대이니 오래 전입니다. 자주 싸우고 말썽을 피우는 그 아이의 도화지는, 무슨 심보였는지 물감을 덕지덕지 쳐발라서 온통 거무티티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마음이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라고 하니까 펴놓았지만, 그림은 무슨 그림……' 기억으로는 그 아이의 가정환경은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각자가 그린 그림을 분단별로 칠판 앞에 세우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그.. 2010.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