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3 아버지, 꽃이 피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누워 있었다. 어머니 산소 앞이었다.거기 한 길쯤 자란 덩굴에 대여섯 송이 탐스러운 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내가 말했다. "꽃이 피었어요.""그러네."꽃을 살펴보고 아는 척했다. "장미꽃이네요.""응."10월 1일 밤 자정 조금 넘은 시각, 그새 꿈을 꾸었다.어머니가 떠난 지 52년, 아버지도 23년이나 되었다. 며칠 전까지 무더웠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단 하루도 어렵지 않은 날이 없었던 지난여름이 자꾸 떠오른다.그리운 거지? 떠날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 걸까? 2024. 10. 4. 에릭 홀테가 이혼한 이유 1 에릭 홀테는 골키퍼입니다. 임승훈의 단편소설 「골키퍼 에릭 홀테의 고양이가 죽은 다음날」의 그 에릭 홀테니까요. 소설집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에 있는 얘기입니다. 에릭 홀테가 이혼한 이유는 다음 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이혼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람이나 아니거나 이 부분을 면밀히 읽어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135~136) 육 년 후 맨체스타의 중하위권 팀에 입단하면서 홑테는 영국으로 가게 됐다. 그곳에서의 삶은 만족스러웠다. 친구도 생겼고 농담도 배웠다. 그의 미소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그런 그의 웃음을 좋아하는 여자도 생겼다. 여자의 이름은 린스트라였다. 그들은 동거를 생략한 채 석 달 후 결혼을 했다. 결혼식장에 고양이 고다와 나란히 앉은 할머니는 날카로운 유머와 잔소리를 번갈아서 했다... 2019. 8. 7. 조정인 「문신」 문신 - 조정인 (1954 ~ )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었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부끄럽지만 한때 내가 죽으면 그 무덤에 세울 비석에 새기라고 부탁할 글을 구상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한다면 나를 만나보지 못한 내 후손 중에는 나를 무슨 중시조(中始祖)나.. 2011. 4.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