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2

황인숙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영혼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아무 힘이 없어 그러니까 그런 거지 엄마도 죽고 아빠도 죽은 고아들이 고달프고 고독하게 살다가 죽기 일쑤인 거지 없어, 없어, 없어, 죽은 다음에 영혼은 황인숙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지성사, 2016) 38. 아무리 그렇더라도 영혼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겠지. 있을 거라는 얘기겠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 이렇게 살아가는 게 너무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지고 그렇다는 얘기지. 힘이 없다는 건 그렇다 칠 수 있지.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해. 힘이 없는 그 영혼을 만나면 얘기할 게 더 많을 것 같아. 여기서 떠나가서. 그곳으로 건너가서. ……………… 저 구름 흘러가는 곳. 그리운 그 영혼이 있을 곳. 아무리 그렇더라도 영혼은 있어야 한다는 .. 2018. 4. 24.
황인숙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황인숙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사 2016 그림자에 깃들어 이방인들을 보면 왠지 슬프다 한 아낙이 오뎅꼬치를 문 금발 어린애들을 앞세워 지나가고 키 작은 서양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회색 양복 서남아 청년이 지나간다 먼먼 땅에 와서 산다는 것 노인과 어린애 어느 쪽이 더 슬플까 슬픈 건 내 마음 고양이를 봐도 슬프고 비둘기를 봐도 슬프다 가게들도 슬프고 학교도 슬프다 나는 슬픈 마음을 짓뭉개려 걸음을 빨리한다 쿵쿵 걷는다 가로수와 담벼락 그늘 아래로만 걷다가 그늘이 끊어지면 내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림자도 슬프다 황인숙의 시가 눈에 띈 것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적 접근 방법을 의도적으로 시도하거나 독특한 시를 만들려고 애쓰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2018.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