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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멈춰 서서2

이우환 「보이는 것」 보이는 것 일본 여관의 휑그렁한 회반죽 벽의 다다미 방. 그 한 모퉁이에 자그만 꽃 한 송이가 환하게 꽂혀 있다. 그것뿐이건만 웬지 방보다 크고 아련하게 여백이 퍼진다. 이 공간에 젖어들면 고요히 보이는 것이 있어, 문득 사람은 투명해진다. 이우환 시집, 성혜경 옮김, 『멈춰 서서』(현대문학, 2005), 72~73. 저녁 내내 이우환의 『시간의 여울』(수필집) 『멈춰 서서』(시집), 『양의의 예술』(대담집)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여백의 예술』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저 화병에 관한 길고 자세한 이우환의 글을 들여다보며 오래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옮기니까 겨우 두 줄인데 그만큼 넓고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말 이 한 편의 시(詩)뿐이었는가, 의.. 2015. 10. 22.
이우환 시집 『멈춰 서서』 이우환 시집 『멈춰 서서』 성혜경 옮김, 현대문학 2005 그림을 소재로 한 시를 골랐습니다.(22~23) 그리는 일 내가 그림을 생각해냈다 하여 그림이 나인 것은 아니다. 그림이 내 손을 빌렸다 하여 내가 그림인 것은 아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느새 그림이 내게 그리게 하고 있다. 다시금 내가 그림을 그리지만,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또 그림이 내게 그리게 하고 있다. 나와 그림 사이에, 무언가가 왔다갔다하는 듯하다. 내가 의식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반대로 그림에게 맡긴 채로 그려버리면, 그 무언가가 터트려지지 않게 된다. 작품이 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득 차 보이는 것은, 대개 나와 그림이 겨루었던 것이다. 이 텐션*과 밸런스의 무언가가 나를 화가이게끔 한다. 긴장감으로 단숨에 읽은.. 2014.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