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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매듭2

오은경 「매듭」 매듭 오은경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새 떼처럼 먹고 잠들고 일어나 먼저 창문을 여는 것은 당신의 습관인데 볕이 내리쬐는 나는 무엇을 위해 눈을 감고 있던 걸까요? 낯선 풍경을 익숙하다고 느꼈던 나는 길을 잃습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건물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구름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창문에 비친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나는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당신보다 나는 먼저 도착합니다 내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당신에게 나는 돌아와 있습니다. .. 2024. 4. 22.
정은숙「멀리 와서 울었네」 멀리 와서 울었네 지하 주차장, 신음 소리 들린다. 방음 장치가 완벽한 차창을 뚫고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울 수 있는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 그가 이 깊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자신의 익숙한 자리를 버리고 그가 낮게 낮게 시간의 파도 속을 떠다닌다. 눈물이 거센 파도가 되고 멈춰 선 차들은 춤을 추네. 울음소리에 스며들어 점차 나는 없네. 이 차는 이제 옛날의 그 차가 아니라네. 이 차는 속으로 울어버린 것이라네. 나를 싣고서 떠나가 버렸다네. ―정은숙(1962~ ) 아무도 없는 데로 가서 울어본 적이 있는지. 울려고 가다가 중간에 참던 울음을 쏟아진 적이 있는지. 미처 틀어막지 못한 울음 때문에 두리번거린 적이 있는지. 누구도 오래 머물길 원치 않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의 문을 잠그고 .. 2022.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