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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도깨비4

부적은 열어보면 안 돼? 아이들 보라고 만들어낸 그림책을 사서 혼자 보고 있다. 온갖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날쌔고 장난 잘 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는 그런 도깨비들을 좋아한다. 죽어서 가면 처음에 저승사자를 할래, 도깨비를 할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까 봐 고민이다. 어느 것을 하나... 고맙게도 부록으로 4종의 행운의 부적도 있다. 책 표지에 이미 저렇게 표시되어 있어도 그걸 펴보진 않았는데 어제저녁에 별생각 없이 열어봤고 그 순간 후회했다. '오늘 밤 좋은 꿈 꿀 운'은 맨 위에 있으니까 비닐봉지를 열지 않아도 다 보였고, 그 아래에 '용돈 운' '오늘 먹을 운' '게임!! 원 없이 하는 운'이 차례로 포개져 있었는데 용돈 운, 먹을 운, 게임 운이라니 내가 그런 걸... '이 속엔 또 어떤 행운이 숨어 기다리고.. 2023. 11. 2.
서귀포, 그리운 곳 이 선생님은 저곳에서 귤을 딴다고 했습니다. 도깨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해서 "도깨비도감" "한국요괴도감" 드라마 "도깨비"등에서 본 도깨비들을 떠올리며 나는 도깨비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하자 어이없다는 듯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좀 적을 이 선생님은, 학교에 출근하면 만나던 그날들에는 때론 누나처럼 혹은 여동생처럼 대해 주었는데 지금도 정장을 입고 교장실에 앉아 있는 나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때와 달리 도깨비가 나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잡초를 뽑고 땅을 파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제 비행기 타고 서귀포 가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게 되었습니다. 서귀포, 그리운 곳... 2023. 11. 1.
그리운 도깨비 이순 耳順, 종심소욕 불유구 從心所欲 不踰矩 그런 건 아예 말고 내내 팍팍함... 도깨비 귀신이 어른거려서일까 그런 걸 떠올리고 그리워해서 그럴까 2023. 2. 5.
고성배 《한국요괴도감》 고성배 《한국요괴도감》 위즈덤하우스 2019 1 내게 몇 권만 가지고 떠나라면 꼭 선택해야 할 책입니다. 책을 만든 방법부터 특이한 '한국 요괴 도감'! 선철(線綴), 반양장본(半洋裝本)? "속장을 실로 매고 겉장을 접착시켜 씌운 다음 속장과 겉장을 동시에 마무른 책". 그 설명이 맞긴 한데 '등표지'(책장에 꽂아 놓았을 때 세로로 책 제목이 보이는 부분)가 없습니다. 아래위 입술이 없으면 턱뼈에 이빨이 앙상하게 붙어 있을 흉측한 해골의 모습처럼. 그 대신(등표지가 없는 대신), 아랫부분에 저렇게 다홍치마처럼 책싸개가 있어 등표지 구실을 하는 거기에 책 이름이 있어서 책싸개를 벗겨버리고 보관하긴 난처할 것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제책(製冊)에 무슨 하자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202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