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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대답하는 교실2

박지영(단편소설)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신춘문예작품으로 뽑힌 시(詩) 중에는 잘난 체하는 경우가 보였다. 도대체 어떤 감동을 주려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단편소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딱 한 편으로 자신의 재주를 보여야 하니까 그렇게 잘난 체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작품 중에서 박지영의 단편소설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은 참 재미있었다. 우선 잘난 체하지 않아서 읽기가 편했다. 청소기 A/S 기사 얘기였다. A/S를 해주러 돌아다니며 인간들의 불합리한 짓거리들을 보고 '이 지구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단정하여 타락한 이 지구를 -청소기로 먼지를 다 빨아들이듯- 싹 쓸어버리고 싶어하던 남자가 따뜻한 시선을 가지기까지의 이야기라고 간추릴 수 있겠다. 굳이 주제를 보여주는 장면을 찾으라면 다.. 2010. 1. 3.
학교는 망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도 망할 수 있습니다. 내 표현은 ‘망할 수 있다’는 정도지만, 나보다는 ‘한참’ 더 똑똑한 게 분명한 예일대학의 데이비드 갤런터David Gelernter는 아예 이런 생각입니다. “세계 대학의 95퍼센트는 50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 그 까닭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사회가 오랫동안 ‘그래? 그러면 낡은 쓰레기라도 가르치는 게 낫겠군’ 하고 반응할 리는 없을 것이다. 사회는 ‘그래? 그러면 더 이상 영문학과는 필요 없겠군’이라고 반응할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도 사라질 것이다.” 어제 방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다음 선생님들은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전통대로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내가 내려갔을 때는 의례적인 전달사항은 이미 다 전달된 뒤였으므로 이제 ‘교장선생님 말.. 2009.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