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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달빛5

달빛 그림 달빛 좀 비친 것 가지고... 음악이 있었으면 울 뻔했네. 오랫동안 어디 멀리 다녀온 사람처럼... 2022. 11. 6.
달빛이 잠을 깨웠습니다 발 사이로 달빛이 들어와 잠을 깨웠습니다. 무슨 증거를 삼으려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W 장학관을 안내한다고 어느 대학 건물에 들어가고 있는데 작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 손잡이가 칼날 같았습니다. 뭐가 이런가 싶어 둘러봤더니 다른 이들은 손잡이를 잡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강의를 들은 교수를 찾긴 했는데 그는 병 든 모습이었습니다. 그 건물에서 헤매다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걸 깨닫고 얼른 내려와 뒤돌아봤더니 건물 주변이 매우 어수선했습니다. 일단 마스크를 사려고 인근 가게로 들어갔다가 무슨 진기한 먹거리를 만들어 파는 걸 봤습니다. 그걸 좀 사 먹을까 싶었지만 요령 좋은 사람들 때문에 도무지 주문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 달빛이 나를 깨운 것인데 나는 지금 그렇게.. 2022. 2. 24.
달빛 아래 눕기 2019.4.27. 달빛 아래 눕기 * 괜히 잠이 깨어 잠시 일어나 앉았습니다. 첫새벽이어서 다시 누우려고 뒤돌아보다가 그 자리에 달빛이 들어와 있는 걸 보았습니다. 창문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우기(雨氣)가 차 있어 선연하진 않은 대신 평소에 비해 부드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달빛이 나.. 2019. 5. 19.
이규리(시) 「아테네 간다」 아테네 간다 이규리 한밤중 거실에 나오니 마룻바닥에 깔린 달빛 눈부셔 거기 누가 왔나 달빛 내려 퍼지던 아테네의 언덕이 생각나고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연주하던 야니의 피아노가 들리고 먼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를 걱정하며 잠은 다른 잠으로 가고 한밤중 홀로 아테네 간다 그렇지 달빛이었지 달빛 아테네였지 피아노 앞의 그가 흰 소매를 움직일 때마다 신들이 미끄러져 나와 심심하던 그들은 춤을 추었지 파르테논의 기둥을 건반처럼 만지던 법과 생과 사 신들은 신이 났을 것이다 나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저 신들의 나라에 입성하는 거 아이야 공부가 힘들면 잠시 신들의 회의나 엿볼까 그중 아주 평범하고 인자한 신도 있는 거라 꿈이 신탁이 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지 않았으나 달빛 요요히 뿌려 광장이 .. 2018. 11. 8.
"저 달 봤니?" 저 달 봤니? 그곳에서도 보였니? 넌 좀 변했니? 너도 어쩔 수 없이 들어섰을 노년 같은 것 말고, 네 마음 어떻게? 어떻게 변했니? 난 변하지 않았지. 조금도. 어떻게 변할 수 있니? 저렇게 달이 밝은데 변함없는데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니? 저 달 보면서도 부끄럽지 않니? 우리가 늘 보았던 그 달이 저렇게 밝은데 저 달 볼 수 없었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니? 그렇게 잠이 오니? 한심한……. 생각은 하니, 저 달? 2018.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