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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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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타세쿼이아, 그리운 계수나무 위쪽은 메타세쿼이아, 아래쪽은 계수나무입니다. 사이로 보도블록이 깔려 있는 길을 나 혼자서 '오솔길'이라고 부릅니다. 오래전 D시 사범대학 부속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그 학교 앞으로는 그 시가지에서 가장 넓은 대로가 지나가고 그 대로변 학교 담장 안쪽으로는 수십 그루 나무와 맥문동 등 갖가지 풀들로 이루어진 한적한 곳이 있었는데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그 나무 아래 길을 '사색의 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반 놈들이 다툴 때마다 "둘이서 손 잡고 사색의 길을 두세 번 왔다 갔다 하고 돌아와! 두 번 돌아야 할지 세 번 돌아야 할지는 너희가 돌면서 정해!" 했습니다. 그 산책로를 다녀온 그놈들은 그것으로 다 해결되었다는 듯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나중에 .. 2023. 9. 7.
"저 달 봤니?" 저 달 봤니? 그곳에서도 보였니? 넌 좀 변했니? 너도 어쩔 수 없이 들어섰을 노년 같은 것 말고, 네 마음 어떻게? 어떻게 변했니? 난 변하지 않았지. 조금도. 어떻게 변할 수 있니? 저렇게 달이 밝은데 변함없는데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니? 저 달 보면서도 부끄럽지 않니? 우리가 늘 보았던 그 달이 저렇게 밝은데 저 달 볼 수 없었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니? 그렇게 잠이 오니? 한심한……. 생각은 하니, 저 달? 2018. 8. 26.
달 달 무슨 달 집으로 들어가는 길의 '남산 위에 뜬 달'입니다. 아직도 이런 짓이나 하는 것이 쑥스럽고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이어서인지 어쩔 수가 없고 그렇습니다. 참 좋은 모습이었는데,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에 배웠던 것들이나 예전의 그런 것들이 떠오릅니다. 가령, 가을이 오면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어떻고 하는 그 동요가 생각나고,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당연한 것처럼 작은 소리로 '겨울나무'를 부르며 나도 '겨울나무'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달, 달, 무슨 달……" 하며 선창하면 열렬하게 따라 읽어주던 그 '아이들'이, 굳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거나 할 것까지는 없지만 잠시 내 생각 좀 해주면 안 될까.. 2014.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