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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노인문제5

일본 영화 《플랜75》와 소설 《당신의 노후》 2022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된 일본 하야카와 감독 인터뷰 기사를 봤다(「"경제 좀먹는 노인" 총살..."이젠 현실 같다"는 섬뜩한 이 영화」 중앙일보 2022.10.12). 기사의 전반부는 이렇다. "고령층이 일본 경제를 좀먹고, 젊은 세대에게 커다란 부담감을 지우고 있다. 노인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 젊은 남성이 이 같은 주장을 남긴 뒤 노인들을 총기로 살해한다. 유사한 노인 혐오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한다. 이른바 '플랜75' 정책으로, 국민이 죽음을 신청하면 정부가 존엄사 절차를 시행해 준다. 이 제도를 택하는 노인에게는 '위로금' 명목으로 10만 엔(약 98만 원)도 지.. 2024. 2. 21.
인생은, 두서없이 삭제되어 가는 기억 :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역사 사회에서의 노년 ②)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홍상희·박혜영 옮김, 책세상 2002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인 묘사도 못마땅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만 할, 노인이 보기에 비참한 내용이지만 베게트에게서도 "종말의 비참한 쇠락을 통한 삶에 대한 비판"(보부아르)을 발견한다. 보부아르는 이렇게 썼다.(298~299) 〈승부의 끝 Fin de partie〉에 등장하는 노부부는 쓰레기통에서 쓰레기통으로 전전하며 지나간 행복과 사랑을 언급하다가 모든 사랑과 모든 행복을 규탄하기에 이른다. 〈마지막 영화 La Dernière〉와 〈아! 아름다운 날들이여! Ah! les beaux jours!〉에서 잔인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기억의 풍화 작용, 우리 뒤에 남은 우리의 모든 삶의 풍화 작용이다. 추억은 두서없이 삭제되고 파손된 채로 생소.. 2022. 10. 4.
노인암살단 Ⅰ 가령 아침나절의 상봉역에 가보면, 아무래도 늙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등산복'(아웃도어룩?)을 입고 모여 있습니다. 경춘선 열차가 들어오면 우루루 올라가 자리를 잡기 때문에 이후의 역에서 타는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서 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먹고살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게 된 것이 사실이구나.' '그렇긴 하지만 아직은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라에서는 이런 걸 알고 있나?' '이런 현상을 그냥두어도 괜찮은 걸까?' Ⅱ 50대는 노인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겠지요? 그럼 60대는 어떻습니까? 60대도 요즘은 아직 노인축에 들지 못한다는 말은 '정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젊은이들로.. 2012. 12. 30.
노인·늙은이 "노인" "늙은이" 서울시가 공식 문서나 행사에서 '노인'이란 말을 안 쓰기로 했다고 한다. 한창 의욕을 갖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거나 살아가는 분들을 예전처럼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을 상대로 '노인'을 대체할 말을 공모해 우선 '노인복지관' '.. 2012. 6. 21.
악에 바친 노인들 열차 안의 저 좌석을 '경로석'이라고 부르면 섭섭해할 노인이 많을 것입니다. 정작 그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노인만도 아닌데 명목으로는 '경로석'이라고 하며 생색을 내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분명히 '장애인·노약자·임산부·영유아 동반자 의 좌석'이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일까요? 연전(年前)에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을 심사하듯 훑어보고 "아직 새파랗게 젊은 놈이 왜 이 자리에 앉았느냐?"고 따지는 제법 호기로운 노인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 노인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노인들도 슬슬 서로 눈치나 보며 앉아 있고, 새파랗게 젊은 놈은커녕 새파란 새댁이 떡 하니 앉아 있어도 그걸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노인들도 이제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봤자 그 자리에 앉을 수 .. 2012.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