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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낙엽2

낙엽 쌓인 뒷뜰 낙엽이 쌓인 걸 보면 이철하(李澈夏) 장학사가 떠오른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술을 좋아한 분이었다. 남의 술 얻어먹는 걸 좋아한 것이 아니라 마셔도 되겠다 싶은 술을 조용히 즐겁게 마시는 멋쟁이였다. 권위주의가 예사로운 시절이어서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그가 오히려 유별나 보였다. 그 장학사가 우리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1971년 가을이었지? 그땐 학교에 장학사가 나온다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야단이었다. 한 달쯤 전부터 걸핏하면 대청소를 했고, 수업을 단축하고 그만하면 됐지 싶은 유리창을 닦고 또 닦았다. 장학사의 학교 방문은 봄에 계획을 보려고 한 번, 가을에 실적을 보려고 한 번이 정기적인 방문이었고 특별 방문은 거의 없었으니 교장·교감으로서는 연중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 반(6학년.. 2023. 11. 8.
허윤정 「노을에게」 노을에게 허윤정 바람은 꽃도 피워 주며 사랑의 애무도 아낌없이 하였다 잠시잠깐 떨어져 있어도 살 수 없다던 너 작은 일에도 토라져 버린다 이렇게 해지는 오후면 노을은 후회처럼 번지고 새들은 슬픈 노래로 자기 짝을 찾는다 이대로 영원일 수 없다면 우리 어떻게 이별할 수 있을까 사랑아 우리 기꺼이 이별 연습을 하자 나 또한 지워져 버릴 너의 연가 앞에서 저 물든 노을은 분홍 물감을 흩뿌리듯 강 건너 먼 대숲 산모롱이 누가 손을 흔든다 "잠시잠깐 떨어져 있어도 살 수 없다던 너/작은 일에도 토라져 버린다" 그러니까 -걸핏하면 토라져 버리니까- 모두들 그 사랑에 관하여 토로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그 덧없음이란…… 그러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시인의 노래는 우리의 가슴 저 깊은 곳까지 울려오는 것이겠지요. .. 201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