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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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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네 꽃은 피네. 곱게 피네.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거나 말거나 피네. 그냥 피네. 2023. 4. 13.
남진우 「꽃구경 가다」 꽃구경 가다 남진우 봄날 피어나는 꽃 옆엔 으레 저승사자가 하나씩 붙어 있다 봄날 피어나는 꽃 옆에 다가가면 저승사자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오라, 너도 꽃구경 온 게로구나 이 꽃 저 꽃보다 나랑 진짜 꽃구경하러 갈까 한다 저승사자 손에 이끌려 꽃밭 사이 무수한 꽃들 위에 엎으러지고 뒤집어지다가 하늘하늘 져 내리는 꽃잎을 이마로 받고 가슴으로 받고 팔다리로 받다가 아 이 한세상 꽃처럼 속절없이 살다 가는구나 싶어 고개를 들면 저승사자는 그윽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길가 꽃그늘에 앉아 잠시 숨 고르고 꽃들이 내뿜는 열기 식히노라면 저무는 하늘에 이제 마악 별이 돋아나고 내가 가야 할 길 끝에 환히 열린 꽃마당이 보인다 저승 대문 닫히기 전 저 꽃마저 보지 않으련 은근히 속삭이는 저승사자 뒤를 따라 걸어가는데 .. 2011. 1. 24.
김춘수 「꽃」-양지오름길, 양지뜨락을 생각하며 어젯밤에는 꿈 끝에 ‘양지오름길’ ‘양지뜨락’ 생각을 하다가 잠이 깨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을 꾸중하는 꿈을 많이 꾸었는데, 요즘은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양지오름길’ ‘양지뜨락’이라는 이름은, 지금은 가평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는 원옥진 선생이 작년 봄에 아이들에게 공모를 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교문에서 교사(校舍)까지 올라오는 길을 뭐라고 부르는가, 어떻게 불러야 편리한가, 그 길의 이름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이야기한 끝에 공모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양지뜨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뜰에서 가령 도서바자회를 한다고 치면, “도서바자회를 어디서 하지요?” 물을 때 “건물과 화단 사이에서 합니다.” 하고 대답하면 참 애매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공모(公募)는 참 .. 2009.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