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김현3

김현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전문)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김 현 지상의 강아지 한 마리가 없어진다 때론 명백한 사실이 시적이지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아침 일찍 산책 나오던 한 사람이 사라진다 그는 아직 누워 있다 텅 빈 그를 깨우기 위해 누구도 상냥하게 짖지 않고 침대로 폴짝 뛰어오르지 않기에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짖어봐!) 사람이 해주지 않아서 (뛰어올라봐!) 사람은 다른 동물에게 바란다 오늘 사람이 잊은 일을 (사랑해주세요.)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꿈의 골목에 강아지가 나타난다 쓰다듬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는, 그의 베개는 젖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을 믿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겨난다 천국이란 너와 내가 함께 갔던 곳 그는 우는 얼굴로 기뻐하며 눈을 뜬다 알면.. 2024. 3. 10.
김현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꿈의 골목에 강아지가 나타난다 쓰다듬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는, 그의 베개는 젖고 있다 - 김현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부분) 그렇게 해서 영영 헤어진 사람을 생각해본다. 그에게 보여주고 싶다. 더 보자고 하면?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이어진다면서.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을 믿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겨난다 천국이란 너와 내가 함께 갔던 곳 또 울겠지? "너와 내가 함께 갔던 곳" "함께 갔던 곳"... 하며 울겠지? 울지 말고 들어보라고 해야겠지? 그는 우는 얼굴로 기뻐하며 눈을 뜬다 알면서도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매일 아침 부르던 이름을 속삭인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의 우울한 사람이 웃게 된다 고양이 한.. 2024. 3. 6.
김현 「그뿐」 그뿐 김현 눈사람을 둥글게 만드는 법은 누구에게 배워서 아는 게 아니다 수아야 너는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노란 은행잎을 올려놓을 줄 아는 사람으로 태어났구나 네가 옳다 이 순간 먼 훗날 부모도 순진무구하여 슬픔의 눈보라에 휩싸이고 너는 눈사람을 만들어 세워두겠지 가지 않은 길 눈물의 초입은 언제나 맑고 빛나 녹아내려 부모를 인도할 거란다 더 깊고 어두운 심금으로 한 송이 연꽃을 피우도록 수아야 부모 알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네게도 슬픔이 커서 기쁨의 부츠 속에서 발을 빼야 할 날이 올 테니까 그건 또 부모에게 얼마나 큰 환희겠느냐 맨발로 눈밭을 걷기로 작정한 자식새끼 앞길에 등불을 들고 선 부모가 된다는 것은 부모와 자식은 어느새 백지장 한 장 차이라는 사실 인간은 가벼이 살아간다 가끔 눈송이를 혀 위에 .. 2020.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