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2 「밤의 물방울 극장」 밤의 물방울 극장 김승희 배의 검은 유리창에 물방울들이 소리 없이 매달려 있다 음이 소거된 밤의 유리창에는 지옥도 천국도 한 편의 심야 영화 같고 유리창에 아직 맺혀 있는 물방울 단 하나의 눈동자, 클로즈업, 물방울은 지금 안을 고요히 들여다보고 있다 막차를 탄 사람들 사이엔 .. 2018. 1. 12. 김승희 「나에겐 나만 남았네―사랑의 북쪽」 나에겐 나만 남았네 ―사랑의 북쪽 김승희 어느덧 나에겐 나만 남았네 나에겐 나만 남고 아무도 없네 나에겐 나만 남고 당신에겐 당신만 남은 그런 날 당신은 당신이 되고 나는 내가 되고 서로서로 무죄일 것 같지만 그렇게 남으면 나는 나도 아니고 당신은 당신도 아니고 당신도 나도 아무도 아니고 단어들이 먼저 부서지네 문장이 사라지고 폐가 찢어지고 사전이 날아가고 책이 산화하고 진흙 속에 고동치는 가슴소리뿐 진흙 속에 눈을 감고 중얼거리네 나에겐 나만 남았네 진흙만 남았네 ――――――――――――――――――――――――――― 김승희 1952년 광주 출생. 1973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태양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014. 3.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