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기도5

테레사 수녀님의 선종 1997년, 광화문 그 빌딩에서 미친놈처럼 일하던 그해 초가을 수녀님이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슬펐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다 하겠지만 나는 잠시 이 나라 이 사회의 교육을 위해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수녀님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분은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고 하셨다. 낯선 여인숙에서 하룻밤... 아직 대구에 있을 때, 이튿날 아침 회의에 참석하려고 너무 늦게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린 밤, 호객하는 여인을 따라 여인숙에 들어갔었다. 행색을 살펴본 여인은 곧장 솜 이부자리를 펴 준 다음 또 다른 남자를 찾으러 나갔고 나는 예상보다 더 포근한 그 이부자리 속에서 이내 세상모른 채 잠이 들었었다. 이튿날 아침 그녀는 .. 2022. 1. 21.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승욱 옮김, 알마, 2014 1 2010년, 4기 식도암이 림프샘, 허파까지 전이된 상태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입니다.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악명 높은 단계 이론, 즉 부정, 분노, 타협, 우울 단계를 거쳐 결국은 '수용' 단계에 이르러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에서 '부정'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된 이 기록의 대부분은 고통에 관한 것이었지만 몸이 아프다는 것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좌절' 혹은 '아픔'의 비중이 더 컸습니다.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부터 놀라워서 이 인물은 평범하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왜 하필 나인가?"라는 멍청한 질문에 우주는 아주 귀찮다는 듯 간신히 대답해준다. "안 될 것도 없잖아.. 2018. 6. 23.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 2009) 광고가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서점에선 지금도 좋은 곳에 진열된 걸 보면 요즘도 많이 팔리고 있는 책입니다. 「난 내가 마음에 들어」 어느 날 서점에 들러 '왜 이 책이 많이 팔리지?' 첫 꼭지만 읽어보.. 2010. 12. 3.
명사(名士)의 베스트셀러 참 부끄러운 글이지만, 지난 5월 21일에 소개한 졸고(拙稿) 「가끔 절에 가서」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 …(전략)… 나는 어느 절에 가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느니 어떠니 하는 소리도 들었는데, 문득 부처님을 찾아가 절하는 사람이 나처럼 이렇게 시주는 조금만 하면서 여러 가지를 골고루 빌면 그 소원을 어떻게 다 들어주겠나 싶어서 그렇게 비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이렇게 빌었다. “부처님, 구체적으로 빌지 않겠습니다. 다만 부디 제가 좀 착한 놈이 되도록 해주십시오(‘내가 착한 놈이 되면 당연히 내 가족도 저절로 득을 보겠지.’).” 그.. 2010. 6. 24.
가끔 절에 가서 아침에 P 씨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다짜고짜 “절에 가지 않습니까?” 하고 난 뒤 본론을 꺼냅니다. 그 전화를 받고 생각난 L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교회에 다니는 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에 오르지 못하면, 속리산 법주사는 평지에 있잖아요. 대전까지 KTX 타고 오면 거기서 한 시간 만에 법주사에 데려다 줄게요.” 아내에게 사람들이 내게 절 이야기를 꺼내는 게 이상하다고 했더니 석가탄신일이기 때문이지 별 뜻이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절에 가본 지도 오래됐지만,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자』는,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제목의 졸저에 실었던 그 원고가 생각났습니다. 가끔 절에 가서 “누구네는 예수를 믿어 살림이 어떻게 되었다네”, “아비에게 어떻게 대하고, 제 할아비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네”…… 같은.. 2010.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