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2 돈 : 나의 친구 J의 경우 내 친구 J는 저세상으로 간지 한참되었다. 평생 돈도 못 벌어본 채 한 많은 생을 비감하게 마감했다. 서울에는 나보다 훨씬 먼저 올라왔다. 작심하고 푸줏간을 운영했다. '되겠지' '되겠지' 했겠지만 점점 더 되지 않았다. 대형 마트에 가서 고기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서였는지 그의 푸줏간을 찾는 발길은 아주 드물게 되어버렸다. 그는 그렇게 살면서도 부인의 행색만은 남루하지 않게 해 주었고, 밖으로는 결코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는 날엔 단정한 모습으로 나왔고, 점잖은 용어로 조용조용 얘기했고,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어도(가령 어떤 교사가 학생을 두들겨 팼거나 아이에게 두들겨 맞아서 신문에 난 날 모임이 있으면 그들은 다짜고짜 내게 덤벼들었다. "야, 임마! 교육부 놈들 다 뭐하냐.. 2023. 11. 19. 아들은 매정했나? 1 2014년 겨울에 나온 『문학동네』 창간 20주년 기념호를 뒤늦게 읽다가 연전에 홀연히 남녘으로 떠나버린 동향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영자」(김훈)라는 단편소설에 나온 이 대목 때문이었습니다. 월급에서 방세 내고 밥 사먹고 마을 노인들 환갑 칠순 팔순 구순 잔치에 축의금 내고 초상 때 부의금 내고 경로잔치 때 떡값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돈을 받지 않고도 연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내 친구 J가 처가 곳의 남아도는 게 땅이라는 그 땅을 빌려 농사를 지으려고 내려가기 전에 이 소설을 읽었어도 그런 결정을 했을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J는 단편소설 같은 건 여간해서 읽지 않는 사람이어서 이러나 저러나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습니다. 2 그는 오랫동안 푸줏간을 하고 있었.. 2019. 10.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