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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결혼4

앨리스 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소설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뿔 2007 줄거리로 보면 의아하다 싶을 수 있다. 켄 부드르와 조헤너 패리가 결혼하는 데는 둘 사이에 구체적인 미움이나 우정, 구애, 사랑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한심한 사내 부드르.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일로 늘 곤란을 겪는다. 아내 마르셀이 죽고 딸 새비서마저 장인 맥컬리 씨에게 맡겨 놓고는 이런저런 구실로 돈을 가져간다. 세월도 실없이 보낸다. 괜히 공군을 뛰쳐나왔고 주제넘게도 동료 문제로 비료 회사를 그만두었고 고용주에게 몸을 낮추지 않다가 보험회사에서도 쫓겨났다. 빌려준 돈 대신 허름하기 짝이 없는 호텔을 차지했는데 이 건물을 식당 겸 술집으로 개조하기 위해서 장인에게 또 돈을 좀 달라고 하지만 사실은 쓸모가 전혀 없어서 철거하는.. 2021. 11. 22.
플루타르코스 《결혼에 관한 조언》 플루타르코스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 중 《결혼에 관한 조언》 천병희 옮김, 숲 2010 짧은 글을 골라서 몇 군데 발췌했습니다. ☞☞ 2 ☜☜ 보이오티아 지방에서는 신부를 베일로 싼 뒤, 머리에는 아스파라거스 화환을 씌워준다오. 이 식물은 가시투성이라도 가장 부드러운 열매를 맺지요. 그와 같이 신부가 처음에 반항하거나 새치미를 떼도 물러서지 않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 신랑에게, 신부는 부드럽고 달콤한 결혼생활을 선사할 것이오. 젊은 여인의 첫 투정을 받아넘기지 못하는 남자들은 포도알이 시다고 해서 다 익은 포도송이를 남에게 넘겨주는 사람보다 나을 게 없소. 갓 결혼한 여인들도 흔히 첫 경험 때문에 남편에게 싫증을 내는데, 그들은 벌침을 잘 참고 견디다가 벌집을 놓아버리는 사람들과 같소.(212~213).. 2021. 1. 11.
세르반테스 《질투심 많은 늙은이》 세르반테스 《질투심 많은 늙은이》 오늘의책 1997 신대륙에서 부자가 되어 돌아온 까리살레스(68세)는 소녀 레오노라(14세)를 신부로 맞아들입니다. 그렇게 하고는 질투심 때문에 아무도 그 신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집을 요새처럼 꾸밉니다. 일은 그렇게 해서 정리되는 게 아니겠지요. 호기심을 느낀 청년 로아이사가 그 집 하녀들을 유혹해서 내실로 숨어 들어가 레오노라를 만납니다. 노인 까리살레스는 병을 얻어 죽고 레오노라는 수녀원으로 들어갑니다. '인간에게 자유로워지려는 의지가 있을 때에는, 열쇠와 굳건한 벽, 그리고 담(담장)들은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질투심 많은 늙은이』『피의 힘』『유리석사』 등 세 편의 '모범소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2017. 12. 28.
기승전결(起承轉結) 기(起) 승(承) 전(轉) 결(結) '나도 저렇게 해서 오늘 여기에 이르렀다면……' 소용도 없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일을 저렇게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고 왔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약속한 건 단 한 가지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더러 오탁번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핑계를 대고 위안을 삼고자 한 것입니다. 구름을 비껴 날으는 기러기 같은 당신을 밤나무나 느티나무 가지 위에 얼기설기 지어놓은 까마귀 둥지로 손짓해 불렀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어둠의 문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우리가 꿈꾸어온 시간은 나뭇가지 끝 겨우살이처럼 덧없는 목숨은 아니었습니다 여름날 장독대 위에 내리는 여우비처럼 울 수만은 없어서 이렇게 높은 하는 쳐다보고 또 쳐다봅.. 2015.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