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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겨울산3

"엄마, 내가 얼른 가서 안아줄게요"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으로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어디가 아플 때, 가령 가슴이 아플 때, 가슴속의 내 핏줄이 흥분으로 아우성을 칠 때, 머리가 아프고 이명이 심해져서 완전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을 때, 수십 년이 지났는데 문득 억울할 때, 외로울 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울 때, 서러울 때, 이러지 말고 그만 돌아가고 싶을 때, 아무래도 신이 나지 않을 때...... 위안을 삼.. 2021. 1. 30.
저 포근한 겨울산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건너편 겨울산이 포근해서 찍어본 사진이 저렇다. 눈이 거짓말을 했나? 휴대전화가 지쳤나? 다시 내다보았더니 오히려 더 포근하다. 옛사람들은 저 포근함 때문에 죽어서 거의 다들 산으로 갔나? 걸핏하면 쓸쓸하고 산은 말없이 포근하다. 2020. 12. 24.
토끼몰이 엊그제 저녁의 눈이 아직 저렇게 앉아 있습니다. 창 너머 저 풍경이 사라져 간 겨울 달력의 풍경화 같습니다. 여섯 장 혹은 열두 장 달력들은 동양화로 꾸며지거나 한두 달 유명한 배우 사진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고 더러 비키니 차림의 예쁜 사진도 있었습니다. 이러고저러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옛날 일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의 토끼몰이도 생각납니다. 육십 년은 훨씬 넘었고 칠십 년이 되어갑니다. 아, 참……. 토끼들은 아이들의 함성 때문에 정신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붙잡혔습니다. 용감한 아이는 그럴 때 표가 났습니다. 와락 덤벼들어 붙잡으면 어디 있었는지 알 수 없었던 선생님이 나타나 그 아이를 칭찬하고 토끼를 받아갔습니다. 나는 교실에선 어쩔 수 없이 표가 나는 아이였지만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 2020.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