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거친 바다를 지키는 등대2

스물여덟 살 친구 같은 아이 이 아이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제자? 글쎄요... 그렇게 부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요. 제가 교장일 때 만난 아이예요. 교장실에 들어와서 이야기하고... 누가 결재받으러 들어오면 부탁하지 않아도 저만치 떨어져 뭔가를 살펴보고... "그럼 제자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이렇게 물을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교장이라고 해서 그 학교 아이들을 다 제자라고 하나요?" 그럼 부끄러워지지 않겠어요? 요즘은 담임을 했어도 선생 취급 못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럼 친구? 나이 차가 엄청 많이 나는 친구? 어쨌든 나는 좋습니다. 그 아이를 제자라고 하면 과분하긴 해도 나는 좋고, 왠지 친구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요. 결재 좀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다가온 것도 아니고, 굳이 뭘 좀 가르쳐달라고.. 2022. 12. 1.
내게 인디언 이름을 붙여준 그 아이 책을 참 많이 읽는 여자애였습니다. 그 학교 도서실의 책은 거의 다 읽어버리고 교장실로 나를 찾아와서 새책 좀 많이 사면 좋겠다고 한 아이입니다. 어떤 종류가 좋겠는지 물었더니 문학은 기본으로 치고 역사, 과학 같은 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조용하고, 오랫동안 “언제까지라도 멍하니 있고 싶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라는 부제가 붙은 블로그를 갖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2007년 어느 봄날, 내게 ‘거친 바다를 지키는 등대’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습니다. ♬ "교장선생님 같은 분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우리 교육을 걱정하던 선생님도 생각나고, 자주 안부 전하겠다고 굳게 약속하던 선생님들도 생각나지만, 그들의 그 언약은 부질없다는 것을, 사실은 약속을 받아주던 그 순간에도.. 2012.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