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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거짓의 날들2

음악이라는 세상 중구난방으로 있던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숙연해지고 내면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하는 장면입니다. 그 순간, 그 시간에 대해 '인간은 거기까지였다, 끝이 났다'고도 했습니다. 소설 《거짓의 날들》(나딘 고디머, 271~272)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그는 레코더판을 올려놓은 뒤, 자신이 직접 녹음하기라도 한 것처럼 오보에 소리가 커졌다가 잠잠해지는 동안 긴장하고 서 있었다. 음악 소리가 방에 내려앉았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위로 용암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앉거나 서거나 기대고 있는 사람들 위에 내려앉으며 또 다른 폼페이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십여 분 정도 점점 더 깊숙이 자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모든 움직임과 말이 생명을 잃고 차가워졌다.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푸른 눈.. 2022. 2. 19.
나딘 고디머 《거짓의 날들》 나딘 고디머 《거짓의 날들》 왕은철 옮김, 책세상 2014 나는 비 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창가에 서 있었다. 너무 조용히 와서 창문에서 돌아서면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밖으로 눈을 돌려야만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는 소리 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정원과 바다는 기차 안에서 내 앞으로 밀려왔다가 기찻길을 따라 멀어져가던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 그녀는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았다. 자신의 관점과 선호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느끼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고 나이에 걸맞은 초연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위엄을 잃을까봐 두려워하지도 않았다.(75)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애서턴 광산촌 사무관의 딸 헬렌..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