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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가버린 봄2

L 형! 꽃 지는 날, 보셨습니까? L 형! 꽃 지는 날, 보셨습니까? L 형!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저 속에 들어가면, 그러니까 저 아래를 걸어가면, 제정신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태 동안 아이와 함께 저 터널 속을 걸어 다니던 그 시간은 정말 좋았습니다. 누가 "행복했던 순간 좀 얘기해 봐" 하면 저 시간을 떠올릴 것입니다. 아예 뭐라고 표현하기조차 싫은 그 시간들....... L 형! 코로나 사태는 그만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만나는 일조차 자유롭지 못합니다. 좀 기다리고 생각하며 참고 있으면 길이 보일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려 하고... 이젠 이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L 형! 지난봄 어느 날, 창 너머로 저 벚꽃을 내다보며 무심한 벚꽃만 피었구나 했는데.. 2020. 5. 24.
처음 본 봄처럼… 봄이 말도 없이 가버려서 흡사 이별 인사를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겨울옷을 입고 있습니다. 사실은 아침저녁으로는 싸늘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이렇게 정리도 하지 않고 가버린 봄, 그렇지만 그 봄을 원망해 봤자 별 수도 없습니다. 아파트 정원의 새잎은 딱 하루만 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눈여겨보며 지나다녔습니다. 그건, 사람으로 치면 무정한 것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디서 저 모습을 다시 보겠습니까? 목련도 그렇습니다. 말도 없이 피어서, 그 화려함을 널리 알리면 무슨 난처한 일이라도 생기는지 금세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꽃잎들이 처참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줄 이미 알았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저 집 초인종을 울려서 "목련이 흐드러졌습니다. 지금 좀 내다보셔야 하겠습니다." 할 .. 201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