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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피그말리온의 기원에 응답한 갈라테이아(2021.10.29)

by 답설재 2021. 10. 29.

쟝레온 제롬(JeanLeonGerome. French, 1824-1904)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아내 갈라테이아는 본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빛깔 좋은 상아에 지나지 않았었다. 피그말리온은 여성에겐 결점이 많다고 여겼다. 좋은 사람이 수없이 많은 걸 모르고 여성이라면 곧장 혐오하면서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다짐했다. 바보!

 

그러다가 예쁜 여성 입상(立像)을 조각했는데 그게 그의 이상형이었겠지? 그 아름다움은 세상의 어떤 여성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의 솜씨는 그야말로 완벽했으므로 그 여인상이 나무랄 데 없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피그말리온 자신도 그 작품에 만족한 나머지 그만 그 여인상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 입상이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만져보기도 했는데 그게 상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실망에 빠지곤 했고 그러면서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그 여인상을 포옹하기도 하고, 처녀들이 좋아할 만한 조개껍데기나 예쁜 돌멩이, 귀여운 새, 꽃, 구슬, 호박 같은 것들을 구해다 주었다. 반지는 말할 것도 없고 목걸이, 귀걸이와 옷도 선물했다. 아름답고 젊은 그 여성상은 옷을 입히지 않아도 예뻤지만 어떤 옷을 입혀도 아름답고 싱그러웠다.

 

때마침 아프로디테(비너스) 제전(祭典)이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물을 바치고 돌아갔는데 피그말리온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제단 앞을 서성거리며 기원했다. "사랑의 여신이여, 상아 입상과 같은 여인이 제 아내가 되게 해주세요!" 사실은 "상아 처녀를 제 아내로 맞이하게 해주세요!" 하고 싶었겠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여느 때처럼 여인상에게 다가간 피그말리온은 깜짝 놀랐다. 그 입술에서 온기가 느껴졌고 매끄럽지만 딱딱하던 여인상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이럴 수가!' 가슴이 뛰었다. 기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해서 뜨거운 손길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여인은 분명 살아 있었다. 입을 맞추면 얼굴을 붉혔고 수줍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신화의 진정성을 실험으로 증명한 사람들이 있다. 로젠탈(R.Rosenthal)과 제이콥슨(L.F.Jacobson)이 그들이다.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 650명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검사의 실제 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뽑아 그 명단을 교사들에게 전달하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월등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명된 학생들'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교사와 학생들을 속이기 위해 꾸민 거짓말이었다.

 

8개월 후에 이들은 다시 전체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지난번 결과와 비교해 보았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의 명단에 들어간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성적도 크게 향상된 것이었다. 명단을 받은 교사들이 이 아이들의 지적 발달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 속에 정성껏 돌보고 칭찬한 결과였다. 그러한 사랑을 받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니까 공부하는 태도가 변하고 관심도 높아져서 결국 그들의 능력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무엇을 기대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해도 마음으로 믿고 대함으로써 그 상대를 우리의 기대대로 변하게 하는 신비로운 능력이 우리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의 믿음, 기대, 예측이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부르게 되었다.

 

칭찬, 격려, 인정, 사랑, 긍정, 신뢰가 있는 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변화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손주를 바라보는 조부모의 순박한 눈길을 연상하게 되는 이 ‘자기 충족적 예언’에는 맹점도 없진 않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쟤는 안 돼!’라는 가벼운 낙인에 억눌렸을까! 결코 자신의 적성, 소질에 맞지 않는데도 주변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 학과, 그 직업을 선택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등 떠밀린 그들이 지금 행복하지 않고 따라서 남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데도 그들의 부모나 교사는 과연 그런 기대를 보여주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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