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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교육과 평가 방향 바꾸기(2021.12.31)

by 답설재 2021. 12. 31.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이젠 정책 논의가 계속되겠지 하면 또 다른 시급한 일이 생기고 해서 교육문제 논의는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장기간 수시전형이 확대되어 오다가 현 정부 들어 돌연 정시가 확대되었는데, 이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도 그대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쪽을 확대(축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각 선거 캠프에는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인력풀이 가동되고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 가지다. 학교교육과 평가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해 (무지막지하게도) ‘뛰어난 사람’ ‘성적 최우수자’ 위주로 가르치고 뽑는 교육·평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모든 학생을 유용한 인재로 키워주는 교육, ‘적재적소’의 인재를 찾는 평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우리나라는 곧 세계 최고의 ‘노인나라’가 된다는 예측이다. 2020년에 15.7%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고령화율)이 2040년 33.9%, 2060년 43.9%로 급격하게 올라간다.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험과 대응전략’ 토론회(KDI)에서는 이대로는 사회 존립이 어려우므로 인구 정책은 물론 재정지출 구조, 노동시장, 교육·돌봄 체계 등 ‘전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말이 ‘전부’이지 근본 문제는 교육 시스템이다.

 

교육 내적인 관점도 있다. 연간 수입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는 강남의 이른바 ‘일타강사’들이 놀랍게도 현 수능 체제가 7~8년 안에 붕괴할 조짐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고학력이 고소득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대학이 밥벌이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진단했다. 한 강사는 수능 붕괴 전에 이직하겠다면서 “세상이 바뀔 것 같다” “이제 뭐 그냥 ‘펑!’하고 터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예측 근거가 추상적일까? 아니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면 이미 물 건너간 상태가 된다. 웬만한 정책으론 실패하기 마련이다.

 

수능시험에 대한 비관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교육부장관을 지낸 전 P대학 총장은 "수능시험 공부는 창의성을 죽이는 훈련이다" "젊은이들이 죽어 가는데도 계속 오지 선다형 수능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역시 교육부장관을 지낸 L 교수는 암기·이해는 로봇에게나 맡기고 교사는 창의성·인성을 함양해주어야 한다면서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를 푸는 교육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능시험을 창안한 학자도 “학력고사식으로 변질됐다”고 못마땅해했다.

 

아예 학교가 없어진다는 예측도 있었다. 데이비드 갤런터는 2050년경 초중고와 대학의 95%가 사라져 버리고 이름만으로도 돈이 될 명문 5%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2000). 한국의 지방대학 존립 문제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2021학년도의 경우 4년제 대학 추가 모집 인원은 전년도의 3배 정도로 늘었는데 90% 이상을 비수도권 대학에서 모집했다.

 

본질적 성찰은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저 옛날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물고기들을 나무 타기 실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들은 평생 자신을 형편없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지식을 주입하고 외우게 해서 ‘오지선다형’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그만두자고 하면 엘리트들 중에는 싫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남의 설명을 듣고 외우고 하필 5가지 중에서 고르기에는 미숙하지만 누가 봐도 출중한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BTS의 RM은 "어린 시절 별을 보며 내가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라고 상상했는데, 10세쯤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염려하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더라"고 회상했다.

 

현재의 교육·평가 업무 종사자 중에도 반대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교육과 평가방법을 늘 혁신하고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일시에 바꾸면 필경 부작용이 생기니까 점진적 변화를 추구할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은 지식주입식 교육과 상대평가의 신봉자들이다. 그들은 절대로 지휘봉을 놓고 싶지 않은 연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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