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그가 학자의 책 가게에 들렀더니 4명의 말수 좋은 젊은이가 중세에 사용된 바퀴벌레 퇴치법에 대해 한창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비드 신부밖에 읽은 적 없는 책에 대한 아우렐리아노의 기호를 알고 있는 주인은 아버지 같은 심술로 그에게 토론에 참가하도록 권했다. 그러자 그는 즉석에서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인 바퀴벌레는 이미 구약성서에서 슬리퍼로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종자는 붕산을 묻힌 토마토에서 설탕이 든 밀가루에 이르기까지의 온갖 퇴치법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1,600가지에 이르는 이 종자는 인간이 원시 시대부터 모든 생물―인간을 포함해―에게 가해 온 집요하고 비정한 박해에도 잘 견디어 왔다. 그 박해의 극심함은 생식 본능과는 별도로 인간에게는 보다 명확하고 보다 강한 바퀴 전멸의 본능이 주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바퀴벌레가 인류의 잔혹한 손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오직 그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어둠에 대한 인간의 공포 덕분에 그들은 불사신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그들은 낮 동안의 밝은 빛에 상처를 입기 쉬웠다. 따라서 이미 중세에 그랬듯이 현대에도, 또 미래에도 바퀴벌레 퇴치의 유효한 수단은 태양의 눈부신 빛 외에는 없었다.
이 박식함을 곁들인 숙명론이 두터운 우정의 계기가 되었다. 그날부터 아우렐리아노는 저녁때가 되면 최초이자 최후의 친구가 된 알바로, 헤르만, 알폰소, 가브리엘과 만났다. 책 속에 갇혀 있던 그에게 있어 오후 6시에 책 가게에서 시작되어 새벽녘 사창가에서 끝나는 이 시끌시끌한 모임은 이를테면 하늘의 계시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백 년 동안의 고독》(하서출판사 2009, 443~444)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셋째 문단은 바퀴벌레 얘기는 아니지만 덧붙였습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게 바퀴벌레뿐이겠습니까?
좀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고 또 인간들(개인이건 집단이건 통틀어서 인간이라는 종내기)의 다툼, 전쟁도 그렇고... 덧붙여 새로 만들어낸 종교 간의 다툼, 전쟁도 그렇고...
그런 생각을 하면 이승이 지긋지긋합니다. 웬만큼 잘난 척들 해야 숨 좀 쉬고 살다 갈 수 있지요.
나는 이승이 세상에서 제일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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