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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by 답설재 2018. 11. 12.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0

 

 

 

 

 

 

 

1

 

몇 년 전에 이미 200만 부가 팔렸다고 했다. 정의를 그리워하는, 정의를 구현해보고 싶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정의를 보고 싶은 열망의 지표였을까?

좀 읽어보고는 정의란 그리 편하게 읽을 수는 없는 것이구나 했을 사람, 나중에 다시 읽을까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았다.

읽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래, 정의란 바로 이거야!'(?) 글쎄…….

 

붉은꼬리원숭이처럼, 침팬지처럼도 살았을 저 아득한 옛날부터 힘센 것들이 약한 것들을 꼼짝 못하게 억눌러온 것은 정의가 아닐까? 그쪽에서 보면 엄연한 정의겠지? 정의가 아니라면 그런 행태는 당연히 벌써 사라졌어야 하겠지? 힘이 약한 원시인이 꽥꽥거리는 걸 강한 쪽에서 좀 헤아려주는 배려나 은혜도 물론 정의였겠지?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그쪽에서 보면?

 

 

2

 

예를 들면 이렇게 전개된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군 복무는 (그리고 어쩌면 국가에 봉사하는 일은) 모든 시민이 수행해야 하는 의무일까, 아니면 (광업이나 어업 같은) 힘든 직업처럼 위험한 일의 하나이며 따라서 노동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마땅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더 포괄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서로에게 어떤 의무를 지며, 그 의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정의에 관한 서로 다른 이론은 이 질문에도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군인을 징집해야 할지, 고용해야 할지는 시민 의무의 기본과 범위를 살펴본 뒤에 결정한다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전에 노동시장 활용과 관련한 논쟁을 하나 더 살펴보자.(129~130)

 

 

3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 "행복, 자유, 미덕"의 이상은 정의를 고민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암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고민을 풀어나간다.

 

그중 하나가 공리주의 시각으로, 이에 따르면 정의의 개념을 규정하고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결정하려면 사회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정의를 자유와 연관시키는 시각으로, 자유지상주의자들이 관련 예시를 제시한다. 이들은 소득과 부의 공정한 분배란 규제 없는 시장에서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교환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장을 규제하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기에 부당하다. 세 번째는 정의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는 것, 즉 재화를 분배해 미덕을 포상하고 장려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미덕을 기초로 삼는 사람은 정의를 좋은 삶에 관한 고찰과 연관 짓는다.(150)

 

더 고민할 필요 없이 답이 다 나온 것 같지만 여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위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칸트는 첫 번째 시각(행복의 극대화)과 세 번째 시각(미덕 장려)을 거부한다. 둘 중 어느 것도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정의와 도덕을 자유와 연관시키는 두 번째 시각을 열렬히 옹호한다. 그가 내세우는 자유는 까다롭다. (…) (150~151)

 

 

 

4

 

매혹적인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5강의 경우 이렇게 소개된다.(145~146 도입부)

 

5강

중요한 것은 동기다|이마누엘 칸트

 

칸트의 철학은 어렵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는 중대한 질문을 다룬다. 도덕의 최고 원칙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유란 무엇인가? 칸트를 이해하는 것은 철학을 이해하는 일일뿐 아니라, 공적 삶의 핵심 사고방식을 살펴보는 일이다.

 

칸트의 권리 옹호

행복 극대화의 문제점

자유란 무엇인가?

사람과 사물

도덕이란 무엇인가? 동기를 찾아라

도덕의 최고 원칙은 무엇인가?

정언명령 대 가언명령

도덕과 자유

칸트에 대한 의문

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가령 칸트는 똑똑하고 그의 철학은 어렵다고 강조해놓고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기가 좋은 데다 부지런해서 일주일에 강의를 스무 개나 소화했는데, 형이상학, 논리학, 윤리학, 법학, 지리학, 인류학 등 주제도 다양했다.(149)

 

 

5

 

미주(尾註)가 많다.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 미주가 궁금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그것을 확인하지는 않고 편안하게 읽었다. '헛소리가 아니겠지!'

그렇지만 그 주를 확인해서 논의하고 싶은, 논의해야 할 경우(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가 달린 것들 중에는 터무니없는 주장, 사건들이 있었고, 그것도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사실들이어서 세월이 조금만 흐르면 다 드러날 것을 그렇게 주장하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것일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합의하에 이루어진 식인 행위

2001년, 독일의 로텐부르크라는 마을에서 이상한 만남이 성사되었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마흔세 살의 베른트위르겐 브란데스는 죽어서 다른 사람에게 먹힐 의향이 있는 사람을 찾는 인터넷 광고에 응했다. 광고를 올린 사람은 컴퓨터 기술자인 마흔둘의 아민 마이베스였다. 마이베스는 금전적 보상은 없고 단지 체험만 제공하겠다고 했다. 약 200명이 광고에 반응해, 네 사람이 마이베스가 있는 농장을 찾아왔다가 결국 관심이 없다며 돌아갔다. 하지만 브란데스는 마이베스를 만나 커피를 마시며 그의 제안을 들어본 뒤에 승낙했다. 마이베스는 이 손님을 죽여, 시체를 (…) (106)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 중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들도 허다하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 그런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6

 

언제 어디서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세상……

그래서일까?

'될 대로 돼라!'는 의식에 주의를 주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라도 까짓것 될 대로 돼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타이르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더 분석적으로 보라는 걸 이야기한 것 같았다.

다른 입장도 있으니까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하지 말라는 걸 부탁하는 것 같았다.

그게 철학의 출발점, 철학의 필요성이라는 걸 가르쳐주려는 것 같았다.

 

몇 문장은 두 번 세 번 읽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지 8년 만이어서 '무엇인가 찾고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 없이 편하게 읽었다.

 

 

 

7

 

결론은?

 

(…) 우리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탐색했다. 어떤 이는 정의란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자유지상주의의 견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 선택일 수도 있다(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견해). 마지막으로 어떤 이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쯤에서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나는 세 번째 방식을 좋아한다.

(…)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레 생기기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하나의 원칙이나 절차가 있어서, 그에 따라 소득·권력·기회를 정당하게 분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원칙을 찾을 수만 있다면, 좋은 삶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생기기 마련인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논란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정의에는 어쩔 수 없이 판단이 끼어든다. (…)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360~362)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제 어떤 정치 담론이 우리를 그 방향으로 이끌지를 묻는 문제가 남는다면서 그 문제를 바라보는 '관찰'을 강조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에 대해 예상되는 주제를 ▷ 시민 의식, 희생, 봉사 ▷ 시장의 도덕적 한계 ▷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 ▷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로 예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