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국화(甘菊花)
보내주신 감국화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저 벌 나비처럼 감국(甘菊)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저는 도저히 이걸 우려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써 붙여서 되돌려 보내는 것도 마땅하지 않을 것입니다.
'뭐 이런 인간이 있나……. 그냥 받아놓기만 해도 될 텐데…….'
저라도 그렇게 여길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한번 우려먹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그 대신 찻잔을 드는 그 순간부터 좀 고상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말하자면 벌 나비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럼 어떻게 하면 고상하게, 저 벌 나비처럼 지내는 것인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표정만이라도 이게 고상한 것이겠지, 하고 그런 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감국을 그렇게밖에 마시지 못한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누가 저를 손가락질하며 "주제에 감국이라니!" 하더라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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