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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감국화(甘菊花)

by 답설재 2016. 11. 3.






감국화(甘菊花)









  보내주신 감국화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저 벌 나비처럼 감국(甘菊)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저는 도저히 이걸 우려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써 붙여서 되돌려 보내는 것도 마땅하지 않을 것입니다.

  '뭐 이런 인간이 있나……. 그냥 받아놓기만 해도 될 텐데…….'

  저라도 그렇게 여길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한번 우려먹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그 대신 찻잔을 드는 그 순간부터 좀 고상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말하자면 벌 나비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럼 어떻게 하면 고상하게, 저 벌 나비처럼 지내는 것인가,

  그걸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표정만이라도 이게 고상한 것이겠지, 하고 그런 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감국을 그렇게밖에 마시지 못한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누가 저를 손가락질하며 "주제에 감국이라니!" 하더라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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