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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교폭력 대책의 선두에 선 장관님께(2012.5.9)

by 답설재 2012. 5. 9.

 

 

 

 

 

학교폭력 대책의 선두에 선 장관님께

 

 

 

 

 

  장관님!

  가능하다면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전국의 교장들에게 특강까지 하게 된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당초 여러 장관들이 함께 특강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해 “현장을 잘 모르는 장관들의 강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을 전해 들으며 ‘그렇다면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두었는지’ 혹 되묻고 싶지는 않았습니까?

 

  학교폭력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근절? 감축? 혹은 조치? 대응?… 어느 것이 목표가 돼야 합니까? 감축이나 조치, 대응 같은 용어로는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기 쉽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단 하나의 사례도 발생하지 않도록 근절해 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12월, 한 중학생이 폭력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담한 사건 이후 수많은 논의와 조사, 조치가 이루어지고, 대책을 발표하고, 결의·다짐하고 했지만, 오늘까지 과연 그때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됐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아닙니까?

 

  신문은 쉬지 않고 관련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이게 학교인가?’ 싶을 지경입니다. ‘일진 여중생, 여교사 때려 실신시켜’ ‘악몽의 수학여행, 차라리 죽고 싶어’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자살시도 여중생 유서’ ‘학교폭력으로 숨진 학생, 6년간 22명’ ‘가해학생 부모가 학교운영위원’ ‘사채 놓는 일진들, 500원 빌려주고 15만원 요구’ ‘우등생이 배후에서 일진 조종’ ‘교사들, 일진 타이르다 맞고 흉기로 위협당해’ ‘일진 부모, 피해자 측에 폭언·협박’……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가 깨닫고 확실히 한 것은, 이 문제는 감추어서 될 일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전체 상황을 조사하고, 발각되면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더구나 학교는 물론 가정과 지역사회, 행정기관, 관련 단체 등이 모두 나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그걸 인식하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일 것입니다. 매우 유감스럽고 비관적인 일이지만, 우리의 사회상, 우리 사회의 ‘허점(虛點)’을 그대로 반영하는 구조적 문제여서 단순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점’이라면 학교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학교교육이 고유의 교육목표는 팽개쳐 놓고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고작 각 교과목별 핵심내용을 읽고 외워 문제풀이에 능숙해지는 것이 최선이 되었으므로 학생들은 “재미가 없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어른들은 “공부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일삼고, 사교육은 “그게 교육이라면 우리도 잘 할 수 있다!”고 나서게 되었으니 학교폭력 문제 또한 학교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관님!

  그렇다면 이제 해결방안은 분명한 것 아닙니까? 학교교육을 바꿔야 합니다.

  초·중등학교는 대학입시 준비기관이 아니라는 것부터 확실히 해야 합니다.

  대학생을 선발하는 일은 그 잘난 총장들에게 맡겨버리고, 초·중등학교는 독자적·주체적으로 본연의 교육활동을 전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공부는 싫어도 해야 한다”는 그따위 억지부터 집어치우고, 모두 힘을 합쳐 학교야말로 즐거운 곳, 흥미로운 곳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연속적으로 최하위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학교교육 프로그램을 황홀할 정도로 재미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러면 학교폭력 같은 건 대수롭지 않은 장난 수준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이번 연수회에서 꼭 강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관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