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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성취도평가 반대·강행 배경, 교육적인가 (2012.8.1)

by 답설재 2012. 7. 31.

 

 

 

 

 

성취도평가 반대·강행 배경, 교육적인가

 

 

 

 

 

  아무리 성실한 학생이라 해도 시험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난 6월 26일,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는, 미응시 학생 수가 대상자의 0.008% 수준인 150명 정도였다고 한다.

 

  체험학습과 대체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한 시민·교원 단체도 있고, 일부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을 비판하고 비협조적 행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에 그친 것이다. 더구나 이 평가는 시행 5년차로, 미응시 학생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2010년에는 430명이었던 것이 지난해엔 187명이었고 올해엔 더욱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미응시 수로 보면 그 결과가 초라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일제고사 반대투쟁’을 계속하는 이유와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느 교육감은 자신의 트위터에 “소수 학부모들의 양심적 일제고사 거부와 대체 프로그램 요구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저는 무단결석 처리는 지나치고 기타 결석 처리가 적당하다고 봤습니다. 교과부는 반드시 무단결석으로 불이익을 주라네요. 옹졸하지 않나요?”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 비판은 교육적인가? 학생들의 출결에 관한 판단 기준을 옹졸한지 아닌지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교과부도 답답하다. “학업성취도평가를 경쟁 교육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책무를 학생과 가정에 떠넘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평가를 거부하는 교사는 중징계하고 시험에 대해 악의적인 공문을 보내는 교육청에도 직무이행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이 시험에 대비하는 경우의 부작용 따위는 감수하자는 것인가? 기초학력 파악을 강조하자면 교육의 다른 면은 경시·간과해도 좋은가?

 

  전교조 등 진보성향 단체와 교과부 간의 이 논쟁은, 정부측의 국가 교육과정 관리와 전교조 등의 학교교육 자율성 확보를 위한 노력 간의 갈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교육과정은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의 측면으로 구성된다. 또 교육과정 관리는 목표 중심 혹은 내용 중심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목표 중심 교육’에서는 교육내용(교과서)은 자율에 맡기고 목표 달성에 노력한다. 이에 비해 ‘내용 중심 교육’에서는 교육과정의 목표는 간접적 역할을 하고 실제적으로는 교과서로 구체화되는 교육내용이 중심적 역할을 하며, 교사는 그 내용을 잘 설명하고 학생들은 잘 이해·암기하는 것이 최선의 목적이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점진적으로 목표와 평가를 더 중시하고 내용과 방법을 자율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의 인정도서 확대 정책이 구체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교과부는 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근거를 교육과정 관리에 두고 보다 교육적으로 설명해야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전교조 등 진보 단체들은 선진국의 교육과정·교과서 정책을 살펴보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의 자율화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사소한 것으로 힘겨루기를 할 겨를이 없다. 로저 샨크(2001)는 10여 년 전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아직 교사와 교실과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돌이켜보면서 우리가 교육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을 암기하는 것이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물을 것이다.”

 

  그 50년 중 첫 10년간 우리는 변화다운 변화를 겪지 못했다. 설명하고 암기하는데 치우쳐 사소한 것에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