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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Czeslaw Milosz2

「선물」 Ⅰ 누구를 만나러 갈 때는 꼭 '뭘 들고 가지?' 생각합니다. '빈손으로 어떻게?' 누가 찾아왔다가 돌아갈 때도 그렇습니다. 준비해 놓은 건 없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고 해서 얘기를 나누는 중의 앉은자리에서라도 두리번거립니다. '내줄 만한 게 없을까?' 평생 그 생각을 가지고 지냈지만 그게 실천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Ⅱ 지난해 추석에는 어느 고등학교 교문에서 이렇게 적힌 현수막을 봤습니다. "선물 안 받고 안 주기 운동" 그런 현수막을 달아 놓으라고 문구까지 정해주었을 것 같고, '오죽하면……' 싶기도 하지만 한심하고 기가 막혀서 한참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어디로 가나…… 이 사회……'1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교육적으로 바로잡는 것이 '교육'이고, 더구나 이.. 2016. 2. 26.
이즈미 시키부 「내가 기다리는 그이가」* 1988년 2월 26일. 나는 시에 대한 논의를 아주 싫어한다…… 그보다는 천 년 전 일본 여성 시인 이즈미 시키부(974~1034)의 시 한 편을 좋아한다. 내가 기다리는 그이가 지금 온다면, 난 어떡하지? 이 아침 눈 덮인 정원은 발자국 흔적 없이 참 아름답구나. 이런 시가 지식의 도구가 아닌가? 그렇다, 지식의, 그리고 철학보다 더 심오한 차원에서. ― Czeslaw Milosz(체스와프 미워시)의 일기 『사냥꾼의 한 해』 중에서** 블로그 『삶의 재미』의 노루님이 댓글에서 보여준 시입니다. 그건 정말 나에겐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무얼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게 하는 시입니다. 더구나 체스와프 미워시라는 시인의 저 한 마디 평(評)도 시 못지않습니다. 노루님은 시인 체스와프 .. 201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