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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1학년 담임2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2021.9.24) "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수십 년 만의 전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가 이미 중년이니 당신은 망령이 나서 날 기억이나 하겠나 싶은 걸까? 천만에! 속속들이 기억한다. 많이 성장하고 변해서 눈부신 존재가 되었다 할지라도 착각하진 말라. 그대들은 어린 시절 그 모습을 결코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야, 이 사람아! 기억하고말고!" 흥분한 척도 하지만 어떻게 나오나 싶어 "글쎄, 이게 누구지?" 능청을 떨 수도 있다. 이번 경우는 더구나 초등 1학년 담임으로 만났다. 사십 년도 더 지났지만 음성을 듣는 순간 그 모습, 성격, 에피소드 들을 떠올리며 "이 사람이 날 우스운 존재로 보네?" 하며 반가워했다. 반갑기만 한 건 아니었다. 녀석의 부모는 둘 다 학자였다. 녀석은 항상 단정했고 공부는 굳이 가르칠 .. 2021. 9. 25.
1학년 학부모님께- 외손자의 입학을 지켜보며 저에게는 둘째딸이 낳아준 외손자가 있습니다. 그 애도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 부모와 있을 때는 '그놈의' 잔소리 때문인지 제법 말도 잘 듣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하다가도 제게만 오면 그만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맙니다. 우선 우리 내외에게는 존대어 반 반말 반이고, 도대체 스스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현관에서는 신발부터 벗겨주어야 하고, 옷도 벗겨주어야 하고, 밥도 먹여주어야 하고, 화장실도 동행해야 하고 -자다가는 페트병 자른 것이 그 애의 화장실입니다- 그 외의 모든 일도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제 어미가 한마디만 하면 아무것도 살 수 없지만 저와 함께 가게에 가면 이것저것 꼭 사야하는 물건이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 애의 방은 크고 작은, 수많은 종류의 입니다. 그래도 제게는 이른바 '세.. 2008.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