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시1 이우환 시집 『멈춰 서서』 이우환 시집 『멈춰 서서』 성혜경 옮김, 현대문학 2005 그림을 소재로 한 시를 골랐습니다.(22~23) 그리는 일 내가 그림을 생각해냈다 하여 그림이 나인 것은 아니다. 그림이 내 손을 빌렸다 하여 내가 그림인 것은 아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느새 그림이 내게 그리게 하고 있다. 다시금 내가 그림을 그리지만,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또 그림이 내게 그리게 하고 있다. 나와 그림 사이에, 무언가가 왔다갔다하는 듯하다. 내가 의식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반대로 그림에게 맡긴 채로 그려버리면, 그 무언가가 터트려지지 않게 된다. 작품이 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득 차 보이는 것은, 대개 나와 그림이 겨루었던 것이다. 이 텐션*과 밸런스의 무언가가 나를 화가이게끔 한다. 긴장감으로 단숨에 읽은.. 2014. 1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