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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2

돈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자히르」에는 돈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소설집《알레프》). 잠을 이루지 못해 뭔가에 홀린 듯이 거의 행복한 마음으로 나는 돈보다 더 물질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어떤 동전이든지(가령 20 센터보짜리 동전) 가능한 미래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나는 "돈은 추상적이다. 돈은 미래의 시간이다."라고 되풀이했다. 그것은 외곽 지역에서의 어느 오후일 수도 있고, 브람스의 음악일 수도 있으며, 지도일 수도 있고, 체스일 수도 있으며, 커피일 수도 있고, 황금을 경멸하도록 가르치는 에피테투스(Epictetus 55?~135?, 스토아학파의 대표적 철학자)의 말일 수도 있다. 그것은 파로스 섬의 프로테우스보다 훨씬 더 변화무쌍한 프로테우스이다. 그것은 .. 2023. 9. 2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알레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알레프》 송병선 옮김, 민음사 2012 환상적, 초현실적인 세상을 그린 단편소설집이다. 그런 세상을 사실처럼 그려놓아서 읽는 동안 그 세상에 빠져들게 했다. 출처를 밝히기도 하고 허구의 인물을 역사적인 인물들과 함께 등장시키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 알고 있는 실제 인물과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끌어들이니까 이야기 내용이 마치 역사적인 일들처럼 인식되었다. 인상 깊고 재미있다. 「죽지 않는 사람」「죽은 사람」「신학자들」「전사(戰士)와 여자 포로에 관한 이야기」 등 17편 중 「독일 레퀴엠」「신의 글」 두 편을 특히 감명 깊게 읽었다. 그것은 무작위로 선정된 (무작위처럼 보이는) 열네 개 단어로 이루어진 글이다. 내가 그 글을 큰 소리로 말하기만 해도 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될 수 있다.. 2023.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