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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하종오2

하종오 「아프가니스탄 아이」 아프가니스탄 아이 하종오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빠 엄마 따라 한국으로 온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할 것이다 가을 들판에서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짓던 농사를 떠올려볼 것이다 탈레반이 총을 쏘고 포탄을 터뜨리며 왜 사람들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했는지, 왜 가족이 다급하게 집을 떠나 비행기를 타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아이는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전쟁만 끝난다면, 전쟁만 하지 않는다면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는 생활이 좋다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몹시 걱정할 것이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빠 엄마 따라 한국으로 온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친구들을 생각할 것이다 가을볕이 따가운 날엔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다가 가을비가 내리는 날엔 숙소에서 골목길을 내다보다가 축구 골대가 있는.. 2022. 3. 16.
「엉덩이의 가족사」「세상의 친절」 엉덩이의 가족사 하종오 젊은 어머니는 어린 그를 기저귀 채워서 키웠다 기저귀 갈 때마다 그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던 어머니는 자신의 엉덩이를 닮아 보여 흐뭇했다 장년의 그는 노년의 어머니를 기저귀 채워서 보살폈다 기저귀 갈 때마다 어머니의 엉덩이를 외면했던 그는 자신의 엉덩이가 닮아 보여 싫었다 그는 기저귀 차지 않고 지냈던 긴 날들 동안에 처자식을 양껏 벌어 먹이느라 엉덩이를 실컷 실룩거리며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늙은 그는 젊은 아비 적에 기저귀 채워 키운 자식이 다 커서 제 새끼에게 기저귀 채우고 찾아오지 않을 무렵엔 늙은 아내를 기저귀 채워서 간병했다 아내의 엉덩이를 볼 적마다 그는 자신의 엉덩이가 미리 보여 고개 저었으나 정작 기저귀 차고 눕게 되었을 무렵엔 누구의 엉덩이도 기억하지 못했다 ━━━━━.. 2012.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