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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평가의 공정성2

한국의 교육학자들에게 바다에서 실제로 물범을 보는 건 쉽지 않겠지만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면 당장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다. 눈, 코, 입은 잘 갖추고 있는데 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두루뭉술하고 미끄덩한 느낌의 몸통에 목은 짧고 앞다리는 앞으로, 뒷다리는 꼬리처럼 나 있어서 해안에서 그 몸통으로 뒤뚱거리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불편해서야 어떻게 살아가나' 싶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물에만 들어갔다 하면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비행선처럼 유유히 돌아다녀서 '저 녀석처럼 헤엄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감탄과 함께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유감스럽지만 물범의 능력 평가를 한국의 교육학자들에게 맡기고 싶진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공정성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 2023. 3. 31.
아인슈타인이 본 평가의 공정성(2019.10.3) 여기 고집스러움이 엿보이는, 나이 지긋한 한 남자가 쓸데없이 큰 책상 앞에 앉아 있고 그 앞으로는 여러 동물들이 나란히 정렬해 있다. 맨 왼쪽엔 언제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새 한 마리가 단정히 앉아 있다. 그다음은 원숭이, 나무타기 명수인 그의 공인실력을 넘볼 동물은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펭귄은 쓸모도 없을 것 같은 날개를 달고 잘 걷지도 못하는 둔재 같지만 물속에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극한기후를 두려워하지 않는 늠름한 녀석이다. 코끼리의 재능은 어떤 것일까? 어느 유아에게 물어봐도 이 설명보다 훨씬 더 좋은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는 여기에서도 수조 안에 들어 있지만 아무도 왜 밖으로 나오지 않느냐고 항의하지 않는다(그들 중에 사람도 있었다면 수조에서 나와야 공정.. 2019.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