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의 기준1 한 개의 시계, 여러 개의 시계 Ⅰ 시계가 하나뿐일 때는 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가졌습니다.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세상에는 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 시각이 표준시각이 아닌 '가짜 시각'일 것이 뻔한데도 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아, 벌써 11시 35분이 넘어가는구나!' 하며 거의 분 단위까지 그 시계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다가 시계가 흔해져서 이 방에도 시계, 저 방에도 시계…… 방방이 시계를 걸어두게 되었고, 화장실에도 전화와 시계 등의 기능을 갖춘 무슨 기기가 붙게 되었으며, 컴퓨터 화면도 늘 시각을 표시해 주는데도 이 컴퓨터 옆에까지 시계를 두었고, 서장, 진열장 안에도 탁상용 시계를 넣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석에 쌓아둔 책 더미 위에도 시계를 얹어 두게 되었습니다.. 2015. 3.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