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피드의 날1 김건영 「트리피드의 날」 트리피드의 날* 김건영 동물원에 가자 했지요 갇혀 있는 동물들에게 미안하지만 보러 가지 않는 것도 미안하다 했어요 우리 수족관에도 가고 식물원에도 가요 멀리서 저녁 식사의 메뉴를 묻는다 그게 궁금한 게 아닙니다 뭐라도 묻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진실해질까 무섭다 하늘에는 관찰자의 눈알들이 선명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죠 따뜻해지는 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째서 바닥만 따뜻해지는지 나는 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데도 사랑하느라 힘이 들고 진실을 참아야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화를 내고 밤이 언제나 온다 꿈속에 뿌리를 내리고 말해야지 아무렇게나 말해야지 선량한 사람들이 꿈속까지 쫓아올 때가 있다 시집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남의 슬픔을 이렇게 기쁘게 읽어도 되는가 걸어 다니는 식물처럼 눈을 껌뻑인다 타인의 슬픔으로.. 2021. 4.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