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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최승호3

「그놈이 그놈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최승호 로봇 군단의 행진 완장 찬 로봇들이 씩씩거리며 걸어간다 무리가 무섭다 무쇠 뺨이 무섭다 엄마야 누나야 술이나 먹자 ―――――――――――――――――――――――――――――――――――――――― 최승호 1954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 등단... 2019. 1. 28.
최승호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 최승호 홀로그램 반딧불이 축제를 구경 나온 어떤 스님은 반디佛 반디佛이다! 어린애처럼 반가워하고 사방에서 어지럽게 날아오르는 반딧불에 둘러싸여 어떤 수녀님들은 개똥벌레 부활하셨네 할렐루야! 수줍은 소녀들처럼 속삭인다면…… ―――――――――――――――――――― 최승호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대설주의보』 『고슴도치의 마을』 『진흙소를 타고』 『세속도시의 즐거움』 『그로테스크』 『모래인간』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고비』 『아메바』 등. 등 수상. Ⅰ 꼭 30년 전입니다. 타이완 까오슝의 무슨 방갈로 같은 곳에서 하룻밤 지내게 되었는데, 반딧불이가 아주 수없이 많이 날아다녀서 잠깐 우리들 일행을 환영하는 행사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2013. 11. 5.
최승호 「23 언젠가는」 23 언젠가는 언젠가는 나 없는 버스정거장에 키 큰 바다풀이 서 있으리 23-1 언젠가는 나 없는 지하철역에 펭귄들이 서 있을까 23-2 언젠가는 나 없는 지하철역에서 누군가가 열차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바지를 입고 나처럼 구두를 신고 나처럼 가방을 든 채 말이다. 오래전에 발굴된 직립인간의 동작을 흉내 내듯이 그는 두 팔을 앞뒤로 흔들고 두 발을 번갈아 내밀면서 계단을 내려와 둥근 시계를 쳐다볼지도 모르겠다. 아홉 시, 얼마나 많은 아홉 시들이 있었던가.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아홉 시들이 있었고 아홉 시에 굴러가는 바퀴들과 아홉 시에 사라지는 날개들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는 부재지만 당신도 부재고 불어나는 인류 전체가 부재다. 지하철역의 큰 거울 앞에 서서 부재를 기념하는 독사진을 한 장 박.. 2011.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