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2 그저 손만 맞잡고 있다 내 옆에는 노부부가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맞잡고 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기도를 하는 것 같다. 방금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닭고기를 잘라 주고, 자기 것에서 완두콩과 마늘 조각도 골라내 할아버지한테 주었다. 할아버지는 음식을 천천히 씹는다. 할머니가 한 번씩 할아버지 입을 닦아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두 시간마다 약봉지를 건네는데, 할아버지는 먹을 때마다 약 넘기는 걸 힘들어하신다. 그러면 할머니가 할아버지 고개를 뒤로 젖혀 물과 함께 알약이 넘어가도록 해주신다. 두 사람은 영화도 보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서로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손만 맞잡고 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을 저렇게 잡고 있겠지. 그땐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겠지. 《행복만을 보았다》(그레구아.. 2024. 12. 16. 좀 더 큰 어떤 다른 세상 『현대문학』에 미술가 이우환 선생을 인터뷰한 글이 연재되었습니다. 올해 1월호부터 4월호까지였고, 프랑스에서 미술비평 및 예술부 기자로 활동하는 심은록이라는 분이 쓴 글이었습니다. 1월호에서는 54쪽, 2월호 50쪽, 3월호 55쪽, 4월호 45쪽이었고, 매번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 4월호를 끝으로 연재가 끝난 것이 섭섭해서 '느닷없이' 끝난 것 같은 축제, 한동안의 축제가 지나가고 그 이튿날 다른 계절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1 이우환이 누군가, 설명을 좀 해보는 것은 다 부질없는 일이고, '괜히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 예술가'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고만 하겠습니다. 그런 사람과 나는, 하는 일이나 생각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더러 뭘 좀 아는 척하며 지낸 자신이 쑥스러워집니다. 사람이.. 2014. 6.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