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만날 확률1 서대경 「천사」 천 사 서대경 성탄절 밤이었다. 그녀는 빈방의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누군가 그녀의 방 창문을 가만히 두드리고 있었다. 나직하게 울리는 그 소리는 이상하도록 친근하고 포근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홀린 듯 창가로 다가갔다. 자신의 방이 아파트 12층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창을 열자 얼음 무더기가 쏟아지듯이 눈부신 냉기를 뿜으며 한 사내가 방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허연 김이 피어오르는 그의 몸에서 어두운 눈보라의 냄새가 풍겼다. 그녀는 기이한 정적에 휩싸인 채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내 곁에 서 있었다. 눈을 감은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는 그의 정체를 묻지 않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멍한 시선으로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 경련하듯 떨고 있는 그의 앙상한.. 2013. 7.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