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 이후1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의 詩에 몰두한 적이 있다. 그의 네 번째 시집 『處容 以後』(민음사, 1982)의 표지에는 시인의 얼굴 그림이 있다. 안경을 낀 깡마른 얼굴을 스케치해 준 그 화가는 나중에 자신의 소묘집 『시인의 초상』(지혜네, 1998)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김춘수 선생은 성격 면에서 매우 찬 분이다. 성격이 더운 시인도 있고, 괄괄한 분도 있고, 오종종한 서생(書生)도 있는데, 늘 수면에 얼음 같은 게 떠 있는 분이 선생이다." "김춘수 선생이 어느 하늘 아래(옛날에 바닷가 마산이나, 뜰에 후박나무가 서 있던 대구 만촌동이나,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촌에) 계시다는 것은 마음 훈훈하다." 그러고보면 김춘수의 시에는 그 성격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차가움 안에 따듯한 마음, 섬세함이 스며 있다. 샤갈의 .. 2020. 9.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