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일1 주용일 「꽃과 함께 식사」 꽃과 함께 식사 / 주용일 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 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 죄스럽게 꺾어왔다 그 여자를 꺾은 손길처럼 외로움 때움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 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놓고 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한다 안 피었던 꽃이 조금씩 피어나며 유리컵 속 물이 줄어드는 꽃들의 식사는 투명하다 둥글고 노란 꽃판도 보라색 꽃이파리도 맑아서 눈부시다 꽃이 식탁에 앉고서부터 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외로움으로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함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 '꽃과 함께 식사' 고요아침, 2006 내 블로그 임시보관함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 독일 흑림에서 살고 있는 '숲지기' 님 블로그에서 복사해 온 것이 거의 확실한데 혹 모르겠다. 숲지기의 정원에도 여기처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을까?.. 2023. 11.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