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중앙장편문학상1 김혜진 장편소설 『중앙역』 김혜진 장편소설 『중앙역』(웅진지식하우스, 2014) 늦은 밤 공사는 중단된다. 역사를 중심으로 길을 넓히고 도로를 다지던 작업이 멎고 인부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도시 전체가 죽은 것처럼 고요하다. 제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포클레인이나 불도저 곁을 지난다. 조감도를 비추는 조명이 환하다. 길을 넓히고 다지는 일들이 끝나면 광장 중앙에 분수가 설치되고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완성될 것이다. 조감도 속 역사는 지금보다 화려하고 크고 아름다워 보인다. 캐리어를 끌며 역사 주변을 한 바퀴 더 돌기로 한다. 운이 좋으면 낮엔 보지 못했던 적당한 자리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밤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빈자리를 함부로 차지하는 건 위험하지만 나는 호기를 부린다.(11~12) 소설은 이렇게 시작됩.. 2014. 8.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