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1 「세기말 언어학자」 세기말 언어학자 차주일 '사람이 만들었으나 사람이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이 종교이다'라고 명명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나는 이 오류를 고쳐 쓴다. 지구온난화 다큐멘타리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순교를 맞이하듯 발걸음을 버리고 말없이 서 있다. 누군가 인간이 건설한 미래를 지우고, 현재를 지우고, 만년설이 냉동해둔 과거까지 지우고 있다. 황사가 연둣빛을 처형하는 봄날, 나는 사어를 찾아 사전을 뒤적인다. 겨울 옆에 있던 초봄과 늦가을이란 단어를 삭제한다. '초'와 '늦', 그 아래 덧붙여놓았던, '계절과 계절을 잇는 능선'이란 풀이말을 읽으며, 초저녁이라고 불리었던 시간에 계절의 남은 수명을 잰다. 나는 곧, 사계를 지우고 지상에 군림할 만난 적 없는 누군가의 이름과 색깔을 명명해야 한다. 사어에 붙어 있.. 2012. 5.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