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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정초2

재숙이네 채소밭 "쌤, 잘 계시나요?" 어제 오후에 재숙이가 전화를 했다. 정초 인사였다.재숙이는 짐작으로 60세? 61세? 딸 둘을 결혼시켜 손주들을 보았다. 막내는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았다.초등학교 6학년 다닐 땐 못 먹어서 그랬겠지? 호리호리하고 도무지 말수도 없고 빤히 내 표정만 살폈다. "재숙이구나!"연휴라서 남편과 함께 채소밭에 나왔단다."이 추운 날 채소밭에는 왜?""쌤, 여긴 겨울에도 농사지어요.""허, 그래?"재숙이네는 남해의 섬에 산다. 날씨와 겨울채소 가꾸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나는 재숙이의 설명을 들었다. "손주들은 재숙이 닮았겠지?""쌤, 저 닮으면 안 되죠! 공부도 제일 못했는데..."('그건 그랬지.')"넌 일 나가시는 엄마 대신 동생들 보느라고 공부를 할 시간이 도통 없었잖아." 그.. 2025. 1. 31.
재숙이 그래 손주들은 잘 자라고 있고? 네, 선생님...... ...... ... 근데 선생님? 응? 밖에 나가고 싶어도 참으셔야 해요. 내일이 제일 춥대요. 알았어. 이번엔 그렇게 해야 해요. 알았어, 그럴게. . . . . . "음, 근데 말이야, 지난 연말 눈 엄청 왔을 때 이미 손목을 부러뜨렸거든. 돌아다니면 또 부러질까? 이번엔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겠지? 어쩌고 저쩌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재숙이는 남쪽 바닷가 어느 조선소 팀장으로 외국인들을 포함한 그 팀원들에게 '험악한' 용어를 써가며 일한다고 했습니다. (참 예쁜, 우아한 초로의 아주머니지만) 고운 말만 써서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손목 부러진 얘기를 하면 나도 걔네 팀원들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2023.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