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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장석남2

장석남 「사막」 사막 장석남 1 나를 가져 내 모래바람마저 가져 나를 가져 펼친 밤하늘 전갈의 숲 사막인 나를 가져 목마른 노래 내 마른 꽃다발을 가져 2 내가 사막이 되는 동안 사막만 한 눈으로 나를 봐 너의 노래로 귀가 삭아가는 동안 바람의 음정을 알려줘 내가 너를 갖는 동안 모래 능선으로 웃어줘 둘은 모래를 움켜서 먹고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는 노래로 눕는 거야 나는 너를 가져 사막이 될 거야 나는 너를 가져 바람 소리가 될 거야 ..................................... 장석남 1965년 인천 덕적도 출생. 1987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 2024. 4. 11.
조정권 「기억해 내기」 혼자진꽃. 진 채내게 배송된 꽃. 발송인을 알 수 없던 꽃. 그 꽃을 기억해 냈다.슈베르트 음악제가 한 달간 열린알프스 산간 마을한가로이 풀꽃에 코 대고 있는 소 떼들이목에 달고 다니는 방울그 아름다운 화음에서 열차를 타고 가다가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이 詩가 생각났다. 詩를 읽을 땐 요절한 기형도 詩人이 생각났었다. 詩人이 저승으로 간 다음에 출간된, 딱 한 권으로 된 『기형도 전집』을 읽으며 가는 호남선 열차 안에서 눈물을 글썽인 적이 있었다. 때마침 눈발이 날리는 게 보였었다. '내가 어느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지?'언젠가 다시 그 책을 꺼내어 찾아보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지금 왜 이러지? 소녀도 아니면서……' 또 몇 해가 지나 여기까지 와서 이 詩를 보며 다시 생각난 그 詩.. 2012.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