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원1 정원의 빗질 자국 그는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 뒷모습이 정물화처럼 고요했다. 내가 발코니로 다가가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이것 좀 봐." 웬걸, 그가 보고 있던 것은 바다가 아니라 탁자 위 재떨이였다. 누구의 솜씨일까. 재떨이를 가득 채운 모래 표면에 앙증맞은 조개 무늬가 돋을새김되어 있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어서 그 위에 재를 떨려면 약간의 뻔뻔함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단편소설 「2월 29일」(김미월 단편소설 『현대문학』 2017년 1월호, 50~70쪽 중 59쪽)을 읽다가 일본 어느 절 정원에서 본 빗질 자국이 떠올랐습니다. '빗질 자국'? '손질 자국'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제작(!)한 빗질 자국(혹은 손질 자국)이었습니다. 싸리비로 쓸어놓은 마당은, 그때는 그.. 2017. 2. 27. 이전 1 다음